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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잘못과 사과, 그리고 유감(遺憾)

상황을 회피하려고 사용하는 유체이탈적 ‘유감(遺憾)’표명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11월 29일 14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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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부동산학박사, 나사렛대 국제금융부동산학과 연구교수)





사전적으로 유감(遺憾)은 ‘한스럽고 분한 감정에 나타나는 느낌’이나 ‘마음에 차지 않아 못마땅해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다. 정치적인 관용표현으로 비슷한 의미는 ‘안타깝다’, ‘섭섭하다’, ‘불편하다’ 등이 있다. 영어로는 ‘sorry’, ‘regret’, ‘afraid’, ‘unfortunate’, ‘disappointing’ 등 다양한 표현이 우리말의 ‘유감(遺憾)’으로 해석된다.



유감(遺憾)이란 단어는 적절하게 사용될 적시의 단계도 존재하며 진심어린 마음의 자세가 동반하여 표현되어야 애매모호한 표현이 안된다. 우리는 이 말을 언론매체를 통해서 자주 접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 지도층들이 상대의 잘못이나 실수로 자신이 피해를 당할 경우 ‘유감(遺憾)’이라는 말로써 나름 최소의 품격을 지키며 점잖게 자신의 원망과 불편함을 상대에게 부드럽게 표현하는 데 사용한다. 심하게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보비리 사건과 연루된 아들 김현철씨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할 때와 불법 비자금 조성문제로 인하여 전두환씨가 사과를 할 때도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매우 잘못된 표현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인지 사과를 받으려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정치인들의 특성상 100%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있고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이 유감(遺憾)의 단어를 제3자 위치에서 유체이탈식 표현으로 품격있고 고급스럽게 포장하여 정치적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북한은 2015년 8월 서부전선 목함지뢰 사건 당시 북한이 "유감을 표명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북한이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인데 행위의 주체가 없는 유감이라는 단어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을 한국은 사과로 받아들인 것이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19년 2월 10일 "우리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5.18 희생자들에게 아픔을 주었다면 그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라고 말했다. 자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 등의 5.18 발언 논란이 확산되고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까지 이어지자 사태 진화를 위해 한발 물러서면서 한 발언이다. 여기서 ‘유감(遺憾)’은 ‘안타깝다’라는 정치인식 화법으로 해석되지만 정작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공개 사과의 기술’의 저자 에드윈 L. 바티스텔라 미국 서던오리건대 인문학부 교수는 “유감이란 말은 결코 좋은 사과가 아닙니다. 언어학적으로 유감은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바꿀 능력은 결여된 채 단지 상황을 알려주는 데 그칩니다. 다시 말해 상황을 유감스러워할 뿐,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강조하는 유감은 기업 혹은 정치권 입장에서 볼 때 합리적일지 모르지만, 진실한 사과는 아닙니다. 피해자가 겪었을 아픔에 공감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라고 하였다.



영어에서 유감으로 표현하는 단어 ‘sorry’는 책임이 없지만 인정한다는 뜻이고 ‘apology’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말이다. ‘sorry’보다 더 약한 표현으로 2015년 8월 서부전선 사건으로 남북협상에서 북한이 "유감을 표명한다" 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CNN은 ‘regret’로 번역했는데 이 뜻은 진짜 안타깝지만 딱히 미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사회 지도층들은 사전적으로도 유감의 정확한 표현이 있음에도 적절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단어를 선택함으로 일반 대중들까지 헷갈려 이해를 못할 정도이다. 더군다나 영어에서 조차 정확한 표현이 있듯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 ‘유감(regret)’이라는 단어보단 ‘사과(apology)’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유감(遺憾)’의 한자풀이로 억울함, 아쉬움, 서운함 등이 내포되었기에 원래 잘못한 사람이 사과하는 뜻으로 사용하기에 적절치 않음을 상기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외교나 정치에서 사용되는 유감은 상황에 따라 사과와 불만에 대하여 동시에 이용되는 완곡하면서 명료하지 않는 두리뭉실한 관습적 화법이다. 특히 일본 정치인들의 유감표명은 사과해야 할 상황에서 사과할 마음이 없이 억지로 명분삼아 하는 것으로 우리는 느끼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체면이나 품격있는 사과가 될 듯 하여 사용하겠지만 진정성을 표현하려면 송구(悚懼), 죄송, 사과, 사죄, 미안 등 진솔한 마음을 담아 단어사용을 해야 한다. 상황을 회피하려고 사용하는 유체이탈적 ‘유감(遺憾)’표명은 스스로가 더욱 국민에게 신뢰를 잃어버리는 행위임으로 인지하고 ‘정치적 금지어’로 해야 하며 국민 또한 반성없는 유감표명을 사과로 받아들이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코로나사태와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국민들의 정신과 건강에도 참 유감스런 일들이 많다. 우리나라 모든 위정자(爲政者)들이 이 국란을 극복하기 위해 당리당략을 떠난 초당적인 자세로 임하길 기대하며 올바른 언어선택과 진솔한 자세로 국민에게 존경받는 위정자가 되길 희망하고 ‘본말전도 선량(本末顚倒 選良)’으로 낙인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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