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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 부부의 도

“부부는 남녀가 처음 만나 세계를 창조하는 것
가장 친밀한 사이이므로 더욱 조심하며 바르게 행해야 한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11월 26일 13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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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삼동인터내셔널이사장, 익산시사회복지협의회장, 정신요양시설 삼정원장)



세상이 많이 삐틀어졌다. 제멋대로 생긴 모과처럼 말이다. 부부는 하늘이 내린 인연이다. 최근 들어 우리사회는 부부간의 인연의 끈이 튼실하지 못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소득수준과 문화수준이 높아지면서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그것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의 법을 가벼이 여기는 까닭이다. 굳건해야 할 인연의 고리가 마음대로 헝클어져 발생하는 재앙이다.

요즘 젊은이들 중 일부는 결혼을 인생에서 한두 번쯤 취미삼아 벌이는 이벤트행사로 여긴다. 그리고는 예사롭게 살다가 쉽게 이혼한다. 이혼하기 위해서 결혼하는가 싶을 정도로 혼돈스럽다.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중후한 멋을 알 만한 사오십대 중장년층의 이혼율도 만만하지 않다. 심지어 황혼이혼이라 하여 60대 이후의 이혼도 심심찮게 회자된다. 하늘의 인연법도 자칫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도저히 부부의 연을 이어가지 못할 사람은 차라리 이혼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새 삶을 얻는 게 지극한 아름다움 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율이 높다함은 사회적인 문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이혼의 사유는 부부간의 성격문제, 재산문제, 종교문제, 부모문제, 술이나 바람피우는 문제 등 실로 다양하다. 이혼의 사유를 일일이 다 열거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지극히 부부의 주관적인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혼의 사유를 단정적으로 딱 집어서 얘기 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문제들은 쌍방 간의 입장을 이해 할 수 있어도 부모문제, 재산문제로 이혼한다 함은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은 조선시대 교육과 학문 연구를 겸비한 유학자다. 그는 주자의 성리학을 확충하고 발전시켜 완성한 공로가 큰 대스승이다. 또한 이에 못지않게 빼어난 점은 부부의 바른 도를 몸소 실천하여 털끝만한 허물도 남기지 않은 점이다.

퇴계의 부부관은 그가 혼인을 앞둔 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잘 나타나 있다. “부부는 남녀가 처음 만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친밀한 사이이므로 더욱 조심해야 하며 바르게 행해야 한다. 그런 관계로 중용(中庸)에 이르기를 군자의 도가 부부에서 발단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와 존경함을 잊어버리고 서로 버릇없이 칭하여 마침내 모욕하고 거만해서 인격을 멸시해버린다. 이런 일은 서로 손님처럼 공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을 바르게 다스리려면 처음부터 조심해야 한다” 이 편지는 부부의 근본이념을 요약한 가르침이다.

퇴계는 첫째부인 허씨와는 27세 때에 사별하고 3년 후에 권씨부인과 재혼하게 된다. 권씨부인은 정신질환을 가진 장애인이었다.

전해져 오는 일화가 있다. ‘조부의 제삿날 일가친척이 큰집에 모였다. 제사상을 차리느라 모두 분주히 움직이는데 제사상 위에서 배가 하나 떨어졌다. 권씨부인이 재빨리 배를 집어 치마 속에 숨겼다. 이를 본 첫째 며느리가 동서를 크게 나무랐다. 나중에 이를 전해들은 퇴계는 부인을 따로 불러 치마 속에 배를 숨긴 이유를 물었다. 부인이 배가 먹고 싶어서 숨겼다고 하자 그는 치마 속에 감춘 배를 달라고 한 뒤 손수 배를 깎아 부인에게 줬다’ 이와 같이 퇴계는 부인을 겉으로만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진심으로 대한 것이다.

또 부부 간에 화합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제자 이함형(李咸亨)에게 준 편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세상에는 부부 사이에 화합하지 못하여 불행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에는 부인의 성품이 악덕해서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모양이 못나거나 지혜롭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와는 반대로 남편이 방탕하고 취미가 별달라서 그렇게 되는 등 여러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성품이 악덕해서 고치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남편이 항상 반성하고 잘 대해줌으로써 부부의 도리를 잃지 아니하고 가정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네. 아내의 성품이 악덕하여 고치기 어렵다 해도 그 정도가 아주 심하지 아니하면 참고 견디며 오만 가지 수단을 다 써서라도 서로 헤어지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하네’

중국에서 성현으로 일컬어지는 분들도 부부의 도를 올바르게 행한 사람은 드물다. 삼대(三代)로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고 전하는 공자의 가계와 부모에게 불효하다고 출처한 증자(曾子)에 비추어 보아도 퇴계의 아내에 대한 덕행은 너무도 인격적이어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대인의 풍모를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요즘같이 혼탁한 시대일수록 부부관계가 원만해야 한다. 부부의 해체는 자식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원불교 세전'에 나오는 `부부의 도'를 이 글에 옮긴다.

`가정의 비롯은 부부라, 부부 사이에 먼저 도가 있어야 하나니, 옛 성인의 말씀에 군자의 도가 부부로 비롯된다 하신 것이 곧 이 뜻이니라. 부부의 도는 첫째 화합이니, 부부가 서로 경애하고 그 특성을 서로 이해하며 선을 서로 권장하고 허물을 서로 용서하며 사업을 서로 도와서 끝까지 알뜰한 벗이 되고 동지가 될 것이요, 둘째는 신의니, 부부가 서로 그 정조를 존중히 하고 방탕하는 등의 폐단을 없이 하며 세상에 드러난 대악이 아니고는 어떠한 과실이라도 관용하고 끝까지 고락(苦樂)을 한 가지 할 것이요, 셋째는 근실이니, 부부가 서로 자립하는 정신 아래 부지런하고 실답게 생활하여 넉넉한 가정을 이룩하며 인륜에 관한 모든 의무를 평등하게 지켜 나갈 것이요, 넷째는 공익이니, 부부가 합심하여 국가나 사회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서로 충실히 이행하며 자선 사업이나 교화 교육 사업 등에 힘 미치는 대로 협력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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