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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도리깨질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멜로디와 리듬이 하모니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처럼
경제는 소통이 필요하고 경청 속에는 이해가 들어있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9월 22일 13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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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구(원광대학교 경영학부 초빙교수)



육십령 고개에 오른다. 굽이굽이 굽은 사행이다. 말티재나 모래재와 비슷한 모양이다. 동쪽은 경남 함양(咸陽)이고 서쪽은 전라도 장계(長溪)다. 백제와 신라의 국경선이고 지금은 영남과 호남의 도계다. 60명 이상이 무리를 지어 넘어야 도적을 피할 수 있다고 해서 육십령이다.

‘육십령 매점’에서 능선 아래 통로가 보인다. 2013년 복원된 ‘백두대간 육십령’이다. 일제가 1925년에 끊어 놓은 백두대간을 연결하는 친환경 터널이다. 터널 위로는 야생동물이 이동한다. 터널을 통과하면 경상도다. 훨씬 먼 역사가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육십령 휴게소 매점 뒤편에 깃대봉이 있다. 1,400년 전 이 시각 저 봉우리 어디엔가는 신라군이 매복해 있었을 것이다. 아침에 백제군이 걸어 놓은 깃발을 어두워지면 신라 깃발로 바꾸어 달아 놓기 위해서다. 어른들이 하는 전쟁놀이 정도다. 선조들이 즐겼던 ‘달팽이 뿔’ 위의 싸움이다. 영화 ‘공동구역 JSA’가 오버랩된다. 그곳에는 아직도 일제강점기에 뿌려진 쌀 종자인 아끼바레 고시히카리가 열리고 떨어지고 큰다.

고개 끝자락에 작은 다리가 있다. 팻말에 남강이라고 쓰여 있다. 다리 위에서 강물을 내려다본다. 나뭇잎이 유등이 되어 진주로 간다. 물이 돌을 밟고 올라가면 그 빈틈으로 물이 채워지면서 소리를 낸다. 때로는 북소리가 되었다가 때로는 하모니카 소리가 되었다가 한다. 그 위로 논개의 혼이 보인다.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뛰어든 전라도 장수(長水)의 딸이다.

보릿고개가 되면 육십령은 번화가였을 것이다. 통일신라 이전과 이후 동서 교통로이자 백성들의 목숨줄이었다. 능선은 생명선이었다. 길목은 언제나 도적들이 지키고 있다. 그 옛날 재물 도적이 오늘날은 정신 도적이다. 양단의 공통점은 영호남 최대 낙후지역이다. 장수(長水) 유지는 상머슴과 졸머슴을 구분하여 새경을 내고, 장리쌀을 낸다. 주민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1971년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지역감정의 경계다.

2001년도에 저 아래 길이가 3,170m의 터널을 뚫었다. 육십령터널이고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동서 문화의 소통 문이 열렸다.

장계(長溪)에는 함양(咸陽) 출신들이 상당수다. 누가 장계 사람이고 누가 함양 사람인지 다 안다. 주민들은 점심이나 저녁 먹으러 곧잘 육십령을 넘나든다. 편견이나 차별이 없는 이웃이다. 그 속에서 전국 귀농·귀촌인 공동대표를 만났다. 농민도 근로자라고 주장한다. 현재 받는 직불금과 농민수당에 근로 장려금을 얹혀 달라고 한다. 함양(咸陽) 출신으로 열심히 달려온 사람 같다. 겉모습은 평범한데 생각은 집이 한 채다.

장수(長水)도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공동체다. 애경사마다 마을 사람들이 골방에 모여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한다. 노인이 대부분이다. 팔순이 칠순보다 더 많다. 10년 후 그림이 그려진다.

멀리 백두대간 남덕유산이 보인다. 일행 가운데 종주한 사람이 있다. 고난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다. 1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자연은 때로는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험지를 찾아 고생하려는 사람들이 지천이다.

경제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멜로디 악기와 리듬악기가 하모니를 이루어야 한다. 소통이 필요하고 소통에는 경청이 필수다. 경청 속에는 이해가 들어있다. 목소리를 내야 할 때와 높여야 할 때가 있다. 보통의 과일은 꽃을 피워야 열매가 되는데 무화과는 꽃이 없다. 육십령에서 바라본 장수(長水)는 낚시꾼이나 약초꾼의 손맛처럼 깊은 눈맛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장인의 손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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