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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 자연에서 배우는 공존과 상생의 지혜

나무의 거리 두기처럼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5월 28일 13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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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시은_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정부와 국민의 일심합력에 힘입어 코로나19 감염증이 점차 감소세로 들어섬에 따라 5월 6일부터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방역체계가 전환되었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여파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경제 상황을 극복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국민의 생활 안정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은 커진 분위기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문을 닫았던 공공시설들이 생활방역 지침 준수하에 속속 운영을 재개하였고, 우리 지역의 전주수목원도 임시 휴원 조치를 끝내고 5월 7일에 재개장하였다.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은 전주 근교에 위치해서 접근성이 좋은 데다 무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심신을 힐링하는 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꽃과 나무들을 보며 산란해진 마음을 가다듬고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케렌시아(Querencia)’로서 의미가 큰 장소였기에 전주수목원 재개장 소식을 누구보다 반겼다. 케렌시아란 ‘투우 경기장에서 마지막 일전을 앞둔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장소’를 뜻하는 에스파냐어로,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피난처 또는 안식처라는 의미로 쓰인다.

지난 주말, 드디어 전주수목원을 다시 찾았다. 임시 휴원한 몇 달 동안 더욱 멋지게 새단장한 수목원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붐볐다. 친구 또는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가족 친지 단위의 방문객이 훨씬 많았다. 휠체어 타신 부모님을 모시고 산책 나온 이도 눈에 띄었고, 큼직한 카메라를 들고 연신 꽃 사진을 찍는 중년 부부도 있었고, 잔디광장을 마음껏 내달리며 또래와 어울려 노는 아이들도 보였다. 넓은 수목원이 사람들의 생기로 넘쳐났고, 보는 이 그리웠을 색색의 아름다운 꽃과 무성해진 나뭇잎이 드리운 시원한 그늘은 사람들의 오감을 즐겁게 해 주었다.

한데 어울려 하늘 높이 가지를 뻗고 자라는 나무들을 올려다본 적이 있는가? 나무들은 가지와 잎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란다. ‘크라운 샤이니스(Crown Shyness)’라고 하는 나무들의 신기한 자연 현상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그 뒤로 숲에 가면 누워서 또는 목을 한껏 뒤로 젖힌 채 나무를 올려다보곤 한다. 소나무, 전나무, 메타세쿼이아 같은 큰키나무 숲에 가면 크라운 샤이니스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낸 것 같다. 누가 시키거나 억지로 가지치기를 한 것도 아닌데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간격을 띄우고 있는 모습이 정녕 ‘자연스럽다’. 그 간격 덕분에 가지들 틈새로 햇살이 바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바람에 가지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옆 가지에 부딪혀 서로 생채기를 입히는 일이 적다.

결국 크라운 샤이니스 현상은 자연의 이치인 어울림의 미학, 즉 공존과 상생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자연에서는 내가 살기 위해서 상대를 죽이는 상극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자연스럽다’란 말 그대로, 애써 꾸밈이 없이 만물이 저절로 조화를 이루며 존재한다. 생활 속 거리 두기 거리 기본수칙에서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나무의 자연스러운 거리 두기를 우리가 배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문명의 풍요 속에 살면서도 정신의 빈곤함은 커져가는 현시대에,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주위의 나무와 꽃과 물과 산을 관조하자. 자연은 늘 묵묵히 삶의 지혜를 일러주고 있으니 말이다.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을 하고 입장한 전주수목원의 방문객들이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잘 지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지혜롭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으니 코로나19도 조만간 종식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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