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벼슬아치는 거문고 타고 노래하며 술을 마셔야

조지겸의 '우재집'과 '정읍 무성서원 현가루에' 현가(絃歌)의 참뜻 남아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05일 16시33분

한국유학진흥원이 조지겸의 '우재집(迂齋集, 풍양조씨 문중에서는 '오재집'이라고 함) 4권과 '한국유교문화' 2~4집을 보내왔다.

우재(迂齋) 조지겸(趙持謙, 1639~1685)선생은 가문적 배경과 노(老)․소(少) 붕당이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말미암아, 약 10여년의 관직생활 동안 파직과 출사를 거듭한 인물이다.

아버지 송곡(松谷) 조복양(趙復陽)선생은 몇 몇 인물들과 함께 직도(直道)를 펴고 액운이 닥치더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지사적인 삶을 살았으며, 할아버지 포저(浦渚) 조익(趙翼)선생은 언론이 막히고 시비를 가리는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을 무엇보다도 경계했다.

우재는 선대의 이러한 행적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표현하고 있으며, 그 정신을 계승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성품은 특히 약관 시절에 지었다고 하는 '우음(偶吟)'이나 '투구행(鬪狗行)'과 같은 시에서 잘 드러나 있으며, '제은계역사(題銀溪驛舍)'와 같은 시에서는 관직 생활의 우여곡절이 집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고향 구포에서 지은 '영구(詠鷗)'라는 시에서는 패거리를 지어 자기 무리가 아닌 이들을 모함하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갈매기와 기러기에 빗대어 읊고 있다. 이러한 시들을 통해 본 그의 성품은 ‘직도(直道)와 고충(孤忠)’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은 결국 당색보다는 공정한 충심(忠心)으로 시비(是非)를 가리고자 하는 정신의 시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진안현감으로 부임하는 김성달을 전송하며(送鎭安金使君盛達之任)'이란 시를 지었다.

'이름난 조상의 충성은 해와 다투고

어진 아비 충성은 천성에서 나왔지

가문의 계승은 절조(節操)에서 보겠고

읍재로 나가 현가(絃歌)를 실험하니

이별의 길목에 숲 매미 우는 데

행장(行裝)은 배에 학만 있구나

이제는 동쪽으로 남쪽으로 떨어지니

편지로 가끔 소식이나 전하시게'

그의 이름난 조상은 김성달의 할아버지 김상용(金尙容)선생을 말하며, 우의정을 역임하다가 병자호란때 강화도에서 죽었다. 아버지는 김수민(金壽民)선생으로 현종 15년(1674년)에 효자로 정문(旌門)을 하사받았다.

'논어'의 '양화'편에 공자는 제자 자유(子遊)가 무성현감으로 부임하자, 다른 제자들과 함께 격려차 방문했다.

'무성(武城)'은 노나라에서도 국경지대에 인접한 곳으로, 그 지명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거칠고 무도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예의보단 무력을 숭상하고,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그곳을 잘 다스리기는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자의 제자 자유가 읍재로 부임한 후, 그곳에서는 다툼의 소리는 사라지고 아름다운 현악기의 음악이 흘러나오게 됐다.

공자가 무성에 가서 마을에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닭을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공자의 제자이자 무성의 읍재(邑宰)인 자유가 대답했다. “예전에 제가 선생님께 배우기는 ‘군자가 도를 배우면 남을 사랑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가 쉽다’고 하셨습니다”

공자가 대답했다. “얘들아, 언(자유)의 말이 옳다. 아까 한 말은 농담이었다.”

자유는 공자의 제자 가운데 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인재였고, 학구적인 자세와 신중한 처신으로 이름이 높았다. 당연히 공자의 신임도 컸는데, '공자가어'에서는 이렇게 자유를 평가하고 있다.

“익숙하게 일을 하고 싶다면 배워야 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착하게 살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하며, 여유 있게 일을 하고 싶으면 충분히 준비해둬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잘하는 사람이 바로 언이다”

배움에 열중하고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신중한 처신으로 어긋남이 없고 일을 하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도록 잘 준비하는 것.

이 모든 것은 공자가 항상 강조하던 것으로 자유는 공자로부터 배운 것을 잘 실천했던 제자라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자신의 가르침을 우직할 정도로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제자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칭찬을 가벼운 농담에 담아 던졌는데, ‘무성과 같은 작고 거친 마을을 다스리는 데 굳이 예(禮)와 악(樂)이라는 군자의 도가 필요한가?’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자유는 스승의 농담을 받아 넘기기에는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진지한 성격이라 정색을 하고 대답했던 것이다.

이 고사에서 배울 점은 공자가 자신의 농담으로 인해 제자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사과할 수 있었던 점이다. 공자는 곤란한 상황에서 자신의 실책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제자의 체면도 살려주고 자칫 어색해질 수도 있는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계유산 정읍 무성서원은 '논어' '양화'편의 '공자지무성(孔子之武城) 문현가지성(聞弦歌之聲)'에서 인용, 서원 이름을 '무성(武城)'으로 하고, 입구 누각을 '현가루(絃歌樓)'라 했다.

최치원의 치적을 자유(子遊)에 비견한 것이다. 나라를 다스릴 역량을 가지고 있는 큰 인물이 작은 정읍 태산고을의 태수를 지내며 감동적인 선정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천자문에 '현가주현(絃歌酒讌)할제 접배거상(接杯擧觴)하고'라는 문장이 나온다.

ㅡ거문고 타고 노래하며 술 마시는 잔치 마당에서는 얌전하게 잔을 쥐고 두 손으로 들어 올려 권하고,

'현(絃)'은 줄로 만든 악기로 거문고·가야금·비파 같은 것이고, '가(歌)'는 시·시조·노래를 말하니-손을 청하여 즐겁게 노는 모습을 말한다.

'접배거상(接杯擧觴)'은 잔치판에서 개인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하나의 제도이다. '예기(禮記)'의 '악기(樂記)'편에 보면 '한 잔을 올리는 예에도 손과 주인이 마주 절하여 종일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獻之禮賓主百拜終日飮酒而不得醉焉'' 하였으니, 이른바 '주도(酒道)'를 말하는 것이다.

ㅡ현악기와 노래를 차례로 연주함은 술을 권하는 것이요, 술잔을 교착(번갈아 올림)함은 기쁨을 꾸미는 것이다.(絃歌迭奏는 所以侑酒요. 杯觴交錯은 所以飾歡也라)

실생활에서도 윗사람들이 아랫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기는 참 어렵다. 아랫사람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권위를 해친다고 생각되기에 더더욱 어렵게 생각된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실책으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를 입었다면 그 사실을 바로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자 자신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권위와 명예는 스스로는 결코 얻을 수 없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기 위해 애쓰면 애쓸수록 점점 더 우스꽝스러워지고 존경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스스럼없이 인정하는 솔직함이다./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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