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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넘어, 기후를 대비하는 시대

기상청장 장동언

기사 작성:  양지연 - 2025년 06월 24일 14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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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올해 목표했던 일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반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등을 돌아보게 된다. 잊지 못할 순간들을 떠올리면 그날의 날씨도 함께 생각나곤 하는데, 돌이켜보면 2025년 상반기 전북의 날씨는 유난히도 변화무쌍했다.

지난겨울 전주에 눈이 내린 날은 34일로, 역대 두 번째로 눈이 온 날이 많았다. 설 연휴에는 임실에 37.9cm의 많은 눈이 쏟아진 탓에 대설 특보가 내려졌고, 시민들이 귀성·귀경길에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겨울철 추위는 3월 중순까지 이어졌고, 이제 좀 따스해지려나 했지만 3월 26일 전북 대부분 지역에서 일최고기온 극값 1위를 경신하며 갑작스러운 여름 더위가 찾아온 듯하였다. 불과 며칠 사이에 겨울 날씨에서 여름 날씨로 급변한 것이다.

이처럼 급격하게 변하는 날씨는 일시적인 이상현상이 아닌 ‘기후위기’의 신호로, 일상에 불편함을 주는 것을 넘어 건강과 농업 등 우리 생활과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농작물의 재배지나 생산 시기가 바뀌어 식탁 물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후위기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닌 오랜 시간 누적되어 우리 삶의 터전과 생활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커다란 문제이며, 과학기술과 정책, 시민의식이 함께 대응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는 날마다 바뀌는 날씨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큰 흐름 속에서 기후를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

기상청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로 ‘기후변화 상황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복잡한 기후 자료를 지도 형태로 보여주어, 누구나 쉽게 자신이 사는 지역의 기후변화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기후변화 상황은 물론이고 미래 전망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농업, 보건, 도시계획 등 여러 분야에서 대응 전략을 세우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SSP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후 정보를 제공한다.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s)는 앞으로 인류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에 따라 기후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예측하는 여러 가지 미래 상황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탄소를 줄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경우부터 지금처럼 계속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경우까지 다양한 미래를 가정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재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전북은 21세기 후반 연평균기온이 현재 12.5℃보다 6.4℃ 오를 수 있고, 연강수량도 최대 203.6㎜ 늘어날 수 있다. 여름철도 지금보다 최대 66일 더 길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숫자로 보면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전지구 평균 기온이 약 1.5℃ 오른 지금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쉽게 체감될 것이다. 이미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등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기온이 이보다 더 오른다면, 더욱 예측할 수 없고 급변하는 날씨들이 찾아올 것이며, 우리의 생활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후변화 상황지도는 단순한 통계 자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다. 기후변화 지도를 통해 우리가 사는 지역이 앞으로 얼마나 더워질지, 비는 얼마나 더 내릴지 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기후행동을 실천하여 더 나은 미래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갈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를 대비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 기상청은 앞으로도 정밀한 관측과 분석을 바탕으로 더욱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기후 서비스 제공에 앞장서고자 한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후 정보를 꾸준히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이 날씨를 넘어 기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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