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출근길부터 위험하다, 일상 속에서 시작되는 안전문화

안전보건공단 전북지역본부 김용배 부장

기사 작성: 박상래 - 2025년 06월 11일 14시44분

“출근하다 다친 건 내 잘못인가요?” 출퇴근길 빗길에 미끄러진 한 근로자의 질문이 가볍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출근길’은 하루의 시작이자 습관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일부지만, 산업재해 통계에서는 결코 가벼운 항목이 아니다.

실제로 전체 산업재해 중 출퇴근 재해 비율은 매년 꾸준히 8~10%에 달하며, 특히 도보나 대중교통 이용 중 발생하는 사고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출퇴근 재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아직 미미하다. "출근길까지 사업장이 책임져야 하나?"라는 반문도 여전하다.

그러나 안전은 ‘출입문’ 안에서만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실제 사고는 작업장 안이 아닌 그 경계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지하철역 계단에서 미끄러지거나, 자가용 운전 중 졸음으로 인한 추돌사고,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충돌 등은 모두 출근이라는 목적을 향한 '이동 중 재해'다. 문제는 이 사고들이 대부분 ‘개인의 부주의’로 치부되어 예방대책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는 안전문화를 '근로시간 이후'와 '이동 중'까지 확장해 바라봐야 한다.

출퇴근길 안전사고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의 안전관리 범주 속에 포함되어야 할 영역이다.

예를 들어, 출퇴근 교통사고 다발지역 정보를 전파하거나, 겨울철 빙판길 주의 안내, 보행자용 안전물품(야광 밴드, 미끄럼 방지 스프레이 등) 지급과 같은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조치들이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재택근무나 탄력근무제 도입도 혼잡시간을 피해 출퇴근길 리스크를 줄이는 안전경영의 일환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근로자 스스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어폰을 꽂은 채 횡단보도를 걷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습관은 작은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대표적 사례다. 안전은 ‘출근 후’가 아니라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중대재해’에만 집중하지만, 일상의 작은 사고들이 쌓여 사회 전체의 안전 수준을 결정한다.

출근길에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습관, 계단 앞에서 한 번 멈추는 실천이 곧 안전문화의 시작이다.

사업장은 ‘출근 전에도 안전한 사람’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고, 근로자는 ‘나부터 안전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안전은 책임이 아니라 문화다. 그리고 그 문화는, 아침 출근길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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