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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지도 전쟁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20일 15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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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地圖)는 땅을 나타내는 그림이다. 그렇다고 실물을 그린 것은 아니다. 지구의 전체나 일부를 기호나 문자를 이용해 실제보다 축소해 나타낸 도표이다.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드러낸 것을 일반지도,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제작한 것을 특수지도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호가 지도의 기원이다. 우기에 차오르는 강의 수위를 표기하다 점차 땅의 형태나 물줄기 등으로 발전해 나갔다. 지금과 같은 지도가 등장한 것은 기원전 200년경 중국의 전한 때이다. 실크로드가 열리면서 교역에 장애였던 고원과 사막을 극복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전쟁에서 지도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도의 정확성이 절대적 승인이었다. 적국의 지형 파악은 물론, 적군을 유인하는 자료였다. 또 위급한 상황에 퇴로 역시 지도에 의존해야 한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아그리파에게 지도 제작을 명했고, 그 지도로 로마제국이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에 한정돼 있던 지도가 넓어진 것은 150년경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서다. 그는 저서 ‘지리학’에 지구의 모양부터 지도 제작 방법까지를 망라한 후 세계지도를 선보였다. 아메리카 대륙 발견은 그의 지도 영향이라고 한다. 이어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은 세계지도의 수요를 폭발시켜다. 대항해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점차 정교한 지도가 필요했다. 이에 16세기 지도학자 메르카토르가 나섰다. 일명 ‘메르카토르 투영법’이라고 부르는 제작 원리는 ‘지구는 둥글다’는 유럽의 발견과 중국 방격법의 결합이다. 동서문명의 결정체로 지구의 위도와 경도를 평면의 격자로 옮긴 것인데 오늘날에도 이 방법이 쓰인다.

지도만으로 항해는 어려웠다. 송나라 때 유럽으로 넘어간 나침반과 기원전 2세기경 그리스에서 제작돼 이슬람에서 1,500년 간 정교하게 다듬어진 아스트롤러베가 있어 가능했다. 특히 ‘별을 붙잡는다’는 뜻의 아스트롤러베는 시간은 물론, 태양과 별의 움직임을 통해 사용자가 위치를 파악해 항해의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

지도에 의한 대항해가 식민지 개척으로 이어졌으니 인류사로 보면 씁쓸하다. 그만큼 지도의 중요성은 크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5만분의 1 이하 대축적지도의 국외 반출을 금하고 있다. 국가안보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 어스를 통해 고해상으로 한반도를 볼 수 있고, 상업용 위성에서 지상 10cm의 물체 구별이 가능한 사진을 구할 수 있으니 실효성은 의문이다.

네비게이션이나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폰의 위치기반은 모두 정밀한 지도가 있어야 한다. 이런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오직 네이버와 카카오만 가능하다. 대축적지도 반출 금지법이 대형 인터넷 포털에 지도 서비스 독점권을 제공한 것이다.

최근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지난 3월 지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네이버가 2,705만 명, 카카오가 1,171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이다. 토종 지도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구글이 9년만에 다시 정밀지도 반출을 요청했다. 이미 911만 명을 확보한 구글에 지도가 넘어간다면 단숨에 네이버도 위협당할 것이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지도 전쟁은 어쩌면 이제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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