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달궁' 펴낸 서정인 소설가(전 전북대 교수) 별세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4월 16일 13시41분

서정인(본명 서정택)소설가가 1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그는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1962년 잡지 ‘사상계’에 단편소설 '후송'으로 데뷔했다. ‘강’ ‘가위’ ‘토요일과 금요일 사이’ ‘달궁’ ‘용병대장’ 등의 소설로 주목받았다.

'달궁' 은 한국전쟁 중 부모와 헤어진 후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주인공 인실이 부정과 허위만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좌절당하는 일생을 그린 것으로, 인실의 순진함과 성공한 인물들의 허위의식이 더욱 대비되며 1980년대 한국 리얼리즘 소설의 한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저자 특유의 형식 파괴적 실험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달궁(達宮)마을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깊숙한 골짜기에 있다. 한자로는 '도달할 달(達)'자와 '궁전 궁(宮)'자를 쓰지만, 한자의 의미보다는 달(月)의 느낌이 더욱 강하다. ‘달의 궁전’, 어떤 유명한 소설의 제목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딘가 기울어가는 나라의 처연한 운명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곳은 삼한시대에는 마한, 진한 국경지대였으며,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신라의 국경지대였다. 마한의 왕이 2,000 여년 전 이곳에 성을 쌓고 별궁(別宮)을 지어 피난했던 것은 지형적 요건 때문으로 추정된다. 당시 마한의 남단 국경이었으며 마한의 도성인 금마(金馬)와는 거리가 약 160킬로 쯤 떨어진 곳으로, 온조왕의 백제 세력과 변한, 진한에 쫒긴 마한의 효왕이 지리산으로 피난와 쌓은 도성으로 전해진다.

달궁 계곡은 지리산 국립공원 안에서 전북 쪽의 대표적인 계곡으로 달궁 마을에서 동북으로 반선을 거쳐 내령으로 빠지는 계곡을 말한다. 반선에서 달궁에 이르는 약 5Km 구간은 짜임새 있고 호젓해서 찾아가 볼 만하다. 하늘을 가릴 만큼 무성한 원시림에 짙은 이끼내음은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심산의 계곡미를 한껏 보여 주고 있다.

그는1968년부터 2009년까지 전북대에서 교수 및 명예교수를 지냈으며, 2009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임됐다. 동서문학상·김동리문학상·대산문학상 등과 녹조근정훈장·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경기 김포시 뉴고려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7일 오전 7시. 031-980-9114./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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