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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1년 이후 이택균의 '책가도' 처음 공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조선민화전’에 무장현 출신 이택균의 작품 등 전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3월 26일 13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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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만든 고창 무장현 출신

이택균(李宅均, 이형록, 1808~1883년)의 ‘책가도 10폭’이 처음 공개된다.

조선시대 궁중 화원이자 책가도 전문 화가로 널리 알려진 그의 책가도이다. 1폭 상단 칸엔 ‘이택균인(李宅均印)’이 각인된 도장이 놓여 있는 만큼 그가 64세가 된 1871년 이후에 제작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미카 에르테군의 컬렉션이었다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다.

그녀의 컬렉션 중 유일한 한국 고미술품으로,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의 고미술품점에서 구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병풍 형태로 장황되지 않고, 각 폭이 분리된 10개의 패널 형식으로 제작되어 컬렉터의 뉴욕 타운하우스에 걸려 있었으며, 현재도 패널로 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조선의 그림이 해외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이택균은 조선시대 궁중 화원으로, ‘책가도의 대가’라고 불린다. 본명은 이형록으로 57세 되던 1864년에 이응록으로 개명하고 다시 64세인 1871년 이택균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택균 시기에는 책가도 바탕색이 청색인 것이 특징이다. 19세기에는 문인들 뿐 아니라 기술직 중인과 부민요호 계층으로 확대되어 폭넓게 향유됐다.

이택균필 ‘책가도 병풍’ 또한 이러한 조선후기의 물질문화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병풍 각 폭마다 그려진 서가 칸의 옆면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둡게 표현되는 ‘명암법’, 책을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그리는 ‘투시도법’을 적용한 ‘서양화법’이 확인된다.

당시에는 이를 ‘사면척량화법’이라 불렀다.

또, 서양의 ‘트롱프뢰유 기법’ 및 중국의 ‘다보격경도 양식’과 같은 외래 문물에 대한 개방적 태도와 더불어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동시에 잘 드러난다.

‘책가도 병풍’ 안에 숨겨 그려 놓은 ‘은인’을 통해 ‘작가 및 제작시기’를 추정할 수 있어 회화사적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택균은 유명한 화원집안 출신으로 그의 조부 이종현과 부친 이윤민도 책거리를 잘 그렸다. 조선말 이래 근대기 초상화로 명성을 날린 어진화사(임금 어진을 그린 화가) 채용신(1850∼1941)보다 앞서 궁중 화원으로 활동한 전북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눈길을 끈다.

고창 무장현 출신 궁중 화원 이형록은 그림을 업으로 삼은 가문 출신에서 출생인데다가 증조부, 조부, 부친, 숙부가 모두 화원(畵員)이었다는 사실에 전북미술사를 새로 써야 할 정도로 놀라운 발견이다.

이형록의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여통(汝通), 호는 송석(松石), 전북 무장(茂長)에서 출생했고, 1864년에 이응록(李膺祿)으로, 이어 1871년에 이택균(李宅均)으로 이름을 두 번 개명했다.

그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화원 가문 출신이었다. 증조부 이성린(李聖麟, 1718~1777), 조부 이종현(李宗賢, 1748~1803), 부친 이윤민(李潤民, 1774~1841), 숙부 이수민(李壽民, 1783~1839), 그리고 손자 이덕영(李悳泳, 1780~1907 이후)도 화원이었다.

그는 많은 궁중 행사에 동원돼 그림을 그렸다. 1852년과 1861년에는 철종 초상화 제작에 참여했다.

이형록은 특히 책가도(冊架圖)로 명성을 날렸다. 조선 후기에 유행한 책가도는 책장에 서책과 문방구, 골동품을 그려 넣은 그림이다. 투시법과 음영법이 적용돼 서양화 영향을 받은 회화 장르로 평가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형록이 두 번이나 이름을 바꿨다는 점이다.이름 변경은 화풍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27일부터 6월 29일까지 아모레퍼시픽 창립 80년을 기념해 고미술 기획전 ‘조선민화전’을 갖는다.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우리 민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오래 전 민간에서 그려지고 사용되며 묵묵히 자리매김해왔던 민화는 최근 그 구성과 표현, 색채, 개성, 완성도까지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대감각에 부합하는 작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커져가는 민화를 향한 관심에 부응하여, ‘한국의 미(美)’를 새롭게 바라보고자 기획되었다.

민화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소재별로 작품을 구별해 그 표현과 미감을 심층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들부터 대담하고 독특한 개성의 작품들까지 민화의 다양한 매력과 재미를 즐길 수 있으며, 궁중회화풍의 그림들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나아가 도자기, 금속, 목기, 섬유 등 다양한 공예품까지 함께 전시해 민화가 동시대 공예품 장식에 미친 영향과 시대 유행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을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새롭게 수집한 작품과 기존에 실물을 감상하기 힘들었던 작품 등 20개 기관, 개인 소장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소장한 이택균의 ‘책가도10폭’과 ‘금강산도8폭병풍’이 새롭게 공개되며, ‘호작도’, ‘운룡도’, ‘어변성룡도’ 등 대표적인 민화 작품들도 출품된다.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제주문자도8폭병풍’,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백선도8폭병풍’, 개인 소장 ‘수련도10폭병풍’,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관동팔경도8폭병풍’도 만나볼 수 있다.

개막 시점에 맞춰 고품질 이미지와 논고, 작품 해설이 수록된 400페이지 분량의 전시 도록을 펴낸다. 19명 필자의 논고와 18명 전문가의 작품 해설이 수록되어 민화 전반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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