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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발걸음]우뚝 솟은 방장산은 월암리 고인돌군의 천문·지리적 기준점이었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3월 24일 16시34분

고인돌을 연구하면 할수록 선사인들의 정밀한 논리와 과학적 사고에 감탄하게 된다. 과거에는 주로 천문학적 요소에 집중하여 연구했지만, 지형 및 지리적 요소를 함께 해석해야만 얽힌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땅의 전문가들과 협력하면서 고인돌이 단순한 무덤이나 기념물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과 논리에 따라 배치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산리 고인돌을 연구하면서 처음 가졌던 질문은 “왜 이 방향으로 세웠을까?”였다. 받침돌의 방향에서 시작된 이 의문은 덮개돌의 장축 방향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결국 개별 고인돌뿐만 아니라 고인돌군 전체의 배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송암 고인돌을 조사하면서, 고인돌 하나하나의 위치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주변의 산봉우리, 능선, 고갯마루와도 연계해 해석해야만 선사인들이 고인돌을 배치한 이유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고인돌 하나를 세울 때도 하늘(天), 땅(地), 사람(人)을 연결하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았던 것이다.

고인돌 연구가 깊어질수록, 단순히 눈에 보이는 구조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의미까지 탐구해야 했다. 특히, 고창 월암리 고인돌군이 그러했다. 이곳에는 과거 21기의 고인돌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10기만이 남아 있다. 작은 고인돌들은 사라졌거나, 산사면에 있는 바위들이 고인돌로 인식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월암리 고인돌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육각형의 바둑판식 고인돌이다. 이 고인돌의 크기는 장축 520cm, 단축 500cm, 두께 200cm에 이르며, 덮개돌 윗면에는 성혈(바위에 새겨진 작은 구멍)이 다수 발견된다. 받침돌의 방향은 40-220°로, 이는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며, 남두육성을 비롯한 별자리 관측 패턴과도 일치하는 방향이다. 하지(夏至) 무렵, 이 고인돌은 방장산의 갈뫼봉과 정확히 정렬되며, 반대편 동지(冬至) 일몰 방향에는 옥녀봉이 자리하고 있다.

고인돌군을 자세히 살펴보면 춘분과 추분의 일출·일몰 방향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양고살재와 솔재 사이에 위치한 두우봉과 일렬로 배치된 여러 기의 고인돌들은 춘분과 추분이 되면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동지 일출 방향에는 정산이라 불리는 나지막한 봉우리가 있으며, 이곳에서도 동지 일출을 관측할 수 있다. 이 방향에는 성혈이 새겨진 훼손된 고인돌도 존재하는데, 이는 천문 관측과 제의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였음을 시사한다.

월암리 고인돌군의 남서쪽 220° 방향에는 과거 두암(斗岩) 또는 성암(星岩)이라 불리던 고인돌군이 존재했다. 이곳은 ‘칠성암(七星岩)’이라 불리며, 월암 마을을 보호하는 비보(裨補) 경관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하천 정비와 농경지 개발로 인해 일부가 사라졌고, 현재는 4기의 고인돌만이 농협 창고 주변에 흩어져 있다. 칠성암 고인돌은 월암리에서 가장 큰 고인돌을 북극성으로 삼아 배치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무장 교흥리 고인돌군의 배치 패턴과도 유사한 점을 보인다.

이러한 고인돌의 배치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과 의도를 담고 있었다. 모든 고인돌이 한꺼번에 세워지지는 않았겠지만, 같은 부족의 중심지와 연계하여 후대에 추가적으로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고창 월암리 고인돌군은 도산리, 만동, 동촌 고인돌군과 함께 10km에 걸쳐 춘분과 추분의 일출·일몰 방향으로 일렬로 정렬되어 있다. 다섯 곳의 고인돌이 정확한 직선을 이루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선사인들이 철저하게 계획한 고인돌군임을 보여준다.

하나의 고인돌이 아니라, 여러 기의 고인돌이 긴 시간에 걸쳐 의도적으로 배치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장례 목적이 아니라 천문 관측과 제천 의식, 나아가 공동체의 정신적 중심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배치는 시대와 장소가 달라도 인류가 공유했던 보편적 천문·지리적 원리와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월암리 고인돌군은 그 자체로 선사인들의 세계관과 과학적 지식을 담은 위대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이병렬(고창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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