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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창] 사투봉 아래 미좌축향(未坐丑向)의 격포행궁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31일 14시42분

인조 18년(1640)에 격포행궁이 조성되면서 조선 후기 전라도 관방정책은 변화하였다. 효종 5년(1654) 삼남지역에 우선적으로 영장제(營將制)를 시행하였으며, 숙종 1년(1675)에 위봉산성을 축성하여 대흥산성, 북한산성, 남한산성, 강화도에 집중되었던 관방정책의 무게가 전라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 연장선상에서 부안 위도에 종3품의 첨사를 파견하는 위도진관을 설치하여 그 아래 8개 진보(鎭堡)를 두어 서해를 철통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격포행궁을 중심에 두면 바로 이해된다.

격포행궁이 조성된 인조 18년(1640) 청나라는 조선을 압박할 카드로 인조의 입조(入朝)를 거론하였다. 이에 대한 조정의 반발로 조청(朝淸) 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만 하였다. 당시 심양에 머물고 있던 왕세자 일행의 안위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2의 병자호란에 대비하여 조정에서는 격포에 행궁을 비밀리에 조성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남한산성 행궁이나 북한산성 행궁에 대한 기록이 다수 남아있는 것과 달리 격포행궁에 대한 기록은 매우 드문 편이다. 남아 있는 자료 가운데, 영조 22년(1746) 8월 2일에 이종적(李宗迪)이 부안 격포에 대해서 아뢴 내용이 흥미롭다. 그는 ‘인묘조에 박황(朴璜)이 은밀히 아뢰어 행궁을 지었다.[密奏作行宮]’라고 언급하였는데, 만일 강화도를 지키지 못한다면 항해(航海) 외에는 대책이 없었고 격포에 연륙(連陸)하는 것이 유일한 탈출로였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격포행궁의 규모와 위치에 대해서는 1770년경 강흔(姜俒)이 남긴 ｢격포행궁기(格浦行宮記)｣, ▲호남진지 ▲격포진도(1895), ▲비변사인방안지도 ▲부안현 격포진도, (영남대 박물관) 등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지도에는 행궁구지(行宮舊址)는 사투봉 아래에 그려져 있다. 강흔의 ｢격포행궁기｣ 원문에 ‘행궁면동이후의준봉(行宮面東而後依峻峰)’이라는 기록중 ‘행궁면동(行宮面東)’은 행궁의 좌향이라기 보다는 위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행궁이 동쪽에 있다.’ 혹은 ‘행궁은 동쪽에 마주한다.’라고 이해하면 격포진도에 표시된 것과 대략 맞아 떨어진다.

무엇보다도 ▲비변사인방안지도 ▲부안현 격포진도의 오른쪽 윗부분에 씌여있는 글에는 “격포진(格浦鎭)은 유방(酉方) 육십리 우산내면에 있다. 행궁(行宮) 5칸, 미좌축향(未坐丑向)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미좌축향은 남서 약 210◦되는 곳에서 북동 30◦를 향하는 방향이다. 현재 사투봉 아래에 계단식 경작지가 있는데 그곳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주변으로 사투봉 자락과 봉화산이 빙둘러 있는 아늑하고 안정적인 공간이 확보된다. 사투봉 너머는 바로 바다로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영조 30년(1754) 어사 홍자의 건의로 축성되었다는 제방과 저수지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격포행궁은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와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유사시를 대비하여 조성한 행궁으로 조선 후기 전라도와 부안이 권토중래(捲土重來)의 뜻을 품은 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유적이다. /김철배(임실군청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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