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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길목]또 위기이다. 익숙한 듯 그러나 낯선...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23일 15시05분

지금 가장 자주 듣는 말중 하나가 ‘위기’라는 말일 것이다. 경제위기, 기후위기, 인구위기, 에너지위기, 지역소멸위기 등등. 위기란 문제가 심각해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위기를 심각하고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여기고 있는가. 어쩌면 위기라는 말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하도 자주 듣다보니 그런가보다 하는 건 아닌지. 정말 그렇게 느긋해도 될까.

하기야 지나온 세월을 되돌려보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나라가 부서지기 직전까지 가본 적도 있고, 독재, 쿠데타 등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기도 했고, IMF라는 국가 부도 상황을 맞기도 했다. 크고 작은 위기를 셀 수 없이 겪으며 오늘에 이르지 않았나. 위기를 어떻게든 잘 넘겨 왔기에 그 어떤 위기도 잘 해결된다는 긍정의 마인드가 체질화된 것일까.

과연 그렇게 믿고 있어도 될까.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들과 그 위기를 불러온 문제들과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와 문제들을 비교해서 살펴보자. 큰 차이점이 있다.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문제들은 우리보다 먼저 같은 문제를 겪었던 나라들이 있었고, 그 문제를 해결해낸 나라들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문제의 해결책을 쉽게 가져올 수 있었다. 우리보다 앞서 경험한 나라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빠르게 민주주의를 완성했거나 경제발전을 이루어냈거나 교육이나 복지제도를 완성한 나라들이다. 세계는 비슷한 경로로 발전하다 보니 그 나라들의 경험을 우리의 문제에 적용함으로써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새롭게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은 그 어느 나라도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경험하고 있다 하더라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 문제들이라는 것이 이전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동안은 위기의 상황에서 어디에선가 해결책을 가져올 수 있었지만 지금 새롭게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은 어디서도 해결책을 가져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전 위기 상황과 현재의 위기 상황은 그 양상과 위험도는 크게 다를 수 밖에 없다. 빠르게 자본주의 사회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알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불안정한 문제들을 해결해낸 국가는 없다. 또 우리나라만큼 초고속으로 출산률이 떨어지고 초고령 노인사회로 진행하는 것을 경험한 나라도 없다. 또 벚꽃이 피는 속도로 대학이 무너지는 것을,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낸 나라도 없다.

이뿐이 아니다. A.I와 로봇이 노동자 대신 일자리를 차지하고, 뜬금없는 물난리나 산불, 대기오염, 전염병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지만 아직 이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낸 나라도 없다.

그러니 지금의 위기는 이전의 위기와는 근본적으로 속성이 다르다. 지금까지 우리는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가져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자연스럽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사회, 다른 누군가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기 전에는 문제를 안고만 있어야 하는 그런 위기의 국가였던 셈이다.

그것이 어쩌면 지금 우리가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적 상황에 놓일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지금껏 아무런 해결책도 갖지 못한 채 문제만 끌어안고 있는 상황에 빠져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우리 스스로의 능력으로 해결방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 효과도 못내고 있는 지금의 문제 해결방법부터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출산률만 높이려는 것이 저출산 대책도 아니고, 대학을 통폐합하는 것이 대학문제의 해결책도 아니다. 쓰레기를 줄이는 게 기후위기 대책도 아니다. 각종 자금지원으로 창업을 유인하는 것이 노동대책도 아니다. 모든 문제는 전지구적 관계 못지 않게 우리의 고유한 사회적 특성과 관련하여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특성에 맞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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