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농어촌 사라질라…소멸대응기금 460억 낮잠

-전북 평균 집행률 42%, 남원은 4%
-골든타임 지킬 적기투자 대책 시급

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10월 16일 15시13분

-기금 사용처 자율성 부여 필요성도

도내 지자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500억 가까운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못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꼬리 문 청년층 출향행렬을 비롯해 학교와 병의원이 줄줄이 문닫거나 버스가 끊기고 빈집이 쏟아지는 등 곳곳에서 지방소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무색할 지경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상식 의원(더불어민주당·용인시갑)이 16일 내놓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 즉 소멸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전북 기초 지자체 10곳의 올해분 소멸대응기금 집행률은 6월말 기준 평균 42.5%에 불과했다.

조사결과 전체 800억원 중 340억여 원을 사용한 게 전부였다. 나머지 460억원(57.5%) 가량은 쓰지 못했다.

이 가운데 남원시의 집행률은 단 4%에 불과해 도내 최저를 기록했다. 진안군과 정읍시도 각각 11%와 17% 수준을 보였다.

문제의 소멸대응기금을 가장 많이 배분받은 장수군(144억원) 또한 평균에도 못미치는 26%에 그쳤다. 도내 유일한 소멸위기 관심지역인 익산시 또한 23%대에 머물렀다.

이런 실태는 다른 지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전국 소멸위기지역 71곳의 평균 집행률은 18.1%에 불과했다. 금액으론 전체 7,104억원 중 1,288억원 정도를 집행했고 5,852억원(81.9%) 정도를 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예 한푼도 사용하지 못해 집행률 0%를 기록한 지자체도 적지않았다. 이런 사례는 부산 동구, 경기 연천, 충북 옥천, 전남 구례, 경북 영천 등 모두 10곳에 달했다.

관심지역 18곳 또한 마찬가지로 평균 집행률은 25.6%에 그쳤다. 전체 364억원 중 93억원 수준으로, 미집행은 약 271억 원대(74.4%)에 달했다.

그만큼 제때 제대로 못쓰는 기금이 많았다. 이렇다보니 적기투자 실패로 골든타임을 놓치는거 아닌지, 막대한 혈세를 투자한만큼 실효성은 있을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칫 소잃고 외양간 고치게 생겼다는 비판으로 일선 지자체의 준비부실, 늑장행정, 악성민원 등이 맞물려 빚어진 문제로 추정됐다. 여기에 현장을 잘모르는 중앙정부가 기금 사용처를 정하고 평가하는 식의 자율성 결여 또한 문제로 꼽혔다.

이 의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사용이 제한적이다보니 관련 사업들이 관광객 유치 등처럼 일시적인 유입인구 증대에 치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기금이 실효적으로 사용되려면 지역에서 요구하는 인건비, 저출생 관련 지출, 지방의료시설 설치와 인력 유치 등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혜택 받으면서 소멸지역 내 삶의 질도 개선하는데 쓸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려면 “기금을 지자체가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 광역 지자체 몫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총 1,494억여원 중 915억여 원을 사용해 평균 집행률은 약 61%를 보였다.

전북자치도의 경우 98%를 기록해 대전시(100%)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고 경북도(95%), 대구시(92%), 강원자치도(75%), 제주자치도(75%) 등의 순이다. 반면, 광주시는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0%를 기록했다.

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재작년부터 배분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소멸위기에 처한 전국 인구감소지역과 그 관심지역 총 89곳에 매년 1조 원씩 지원하도록 됐다.

도내는 전주, 군산, 완주를 제외한 11곳이 포함됐다. 광역 지자체인 전북자치도 또한 별도의 기금이 배분된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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