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신생전북론]기후 위기가 아니라 신생의 문이 열리고 있다

41회 신생의 문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06일 14시04분

사진:만경들의 색 변화와 들길은 신생의 문을 생각하게 한다.

1. 위기의 문인가, 신생의 문인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폭염의 여름이 문득 끝나고 찾아온 가을 날씨가 차갑다.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지만 사계절의 내용이 다르다. 지구가 고요세를 끝내고 대활력의 격동기가 가동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구온난화도 아니고 지금은 지구열탕화라는 표현도 쓰이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지구대순환기, 지구 대활력의 격동기라고 생각한다.

낙엽길과 들길에서 빛의 문을 본다. 무문(無門)은 문 없음일까? 무의 문일까? 그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잎이 지는 것은 나무에게는 생장의 변화다. 이 변화의 마디를 나는 시간의 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무(無)는 없음인가? 있음(유有)의 한 갈래로서 사물과 사건의 특질을 무엇이라 규정할 수 없는 창조적 혼돈의 바탕으로 유의 한 갈래인가?

잎이 져야 나무는 생장의 변화를 가지며 삶을 이어간다.

2. 무無 무엇인가

무無는 없음이 아니고 대생성의 무한한 자유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무는 어떤 목적성의 잠재태나 가능태도 아니다. 계절로 말하자면 겨울과 같다. 겨울은 뭇생명들이 숨은 차원으로 예비하는 때다. 숨은 차원이 싹을 보이며 대생성을 시작하는 때가 봄이다. 지구사史는 지금 겨울의 고요함을 마치고 대생성의 봄으로 이미 들어왔다. 그런데 철학, 사상은 고요세의 풍성한 가을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을의 신이 아니라 봄의 신이 있어야 한다. 가을의 시천-주가 아니라 봄의 시천-주를 생각한다.

내 어머니만 해도 (음력이 아닌) 월(月)력의 삶을 살았는데 일(日)력을 쓰는 것은 우리 사유에서 화(化)를 없앴다. 화는 변(變)과 달리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차원 변화를 말한다. 초생달에서 그믐달로의 이동이 화(化)다. 이 '화'의 들고 남이 문(門)이다. 이 문마다 빛이 가득한데 이것이 광휘(光輝)다. 무문(無門)은 문 없음이 아니고 무의 문이다.

문은 경계나 가름이 아니고 웜홀처럼 이 차원 저 차원을 함께 아우른다. 이 세계 견우와 저 세계 직녀가 만나는 은하수 오작교인 것이다. 오작교란 이쪽에서는 무문이요, 저쪽에서는 유문이다. 견우에게는 유문(무문), 직녀에게는 무문(유문)이다.

이런 생성철학적 사유는 (대개가 그렇지만) 노자의 무를 독립적 실체화하는 '무실재론', '귀무론歸無論'과는 다른 것이다. 틀렸다고 하지 않고 다르다 했다.

기세춘에 따르면 "에서 무위, 무유, 무명, 무극, 무형, 무성, 무시, 무종 등 무라는 글자가 많이 나온다. 이처럼 노자의 무는 명사로 쓰이지 않고 부정사不定詞로 쓰였다. '무'라는 부정사는 모든 기존의 규정들을 부정하는 무규정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고 한다. 즉 노자 1장의 '무명'은 '이름 없음'이지 없음의 무가 아니다.

그렇지만 차원 화(化)의 문을 지나는 웜홀 같은 것이 '무'라고 본다. '무'는 '문'을 통하여 '유'라는 사건을 낳는 생성의 장이지 '없음'이 아니다. 기세춘처럼 무를 부정사(不定詞)로만 볼 수는 없다. 무와 유는 동전의 앞뒤 같다.

새싹은 겨울의 밭에서 난다. 잎이 져야 겨울이 온다. 무는 허무가 아니라 이전 사건이 거름이 된 역사의 활력장이다. 그믐달이 곧 초생달이다. 무(無)는 새 차원으로 안내하는 끝 없음(무한)의 장이다. 도리어 유(有)가 '끝 있음'(유한)이다. 유한이 무문(유문을)을 지나 무한이 생성된다.

3. 장자에게서 보는 신생의 사유

이와 관련하여 장자 지북유 15장을 읽는다. 널리 알려졌듯이 장자의 언어는 메타언어, 고차언어다. '광요'는 빛, 무유는 '혼돈- 생성의 대화大化'의 의인화다.

光曜問乎无有광요문호무유왈

직역) 광요가 무유에게 물었다

뜻읽음) 만물 생성의 빛빛이 대혼돈의 장에게 물었다.

曰, 夫子有乎其无有乎

왈 부자유호 기무유호

직역) 묻되, 부자(무유를 말함)는 있는 것이오? 있으며 없는 것이요?(기세춘은 무유를 있지 않음으로 읽음)

뜻읽음) 빛은 혼돈을 일깨워 만물생성의 큰 변화를 이루려 했다.

光曜不得問광요부득문1)

직역) 광요는 답을 듣지 못했다.

뜻읽음) 대혼돈 생성의 장은 아직 들끓지 않았다. 여기에는 생성기화의 시간이 있는 것이다. 웜홀 통과의 시간이 있다.

而孰視其狀貌이숙시기상모2)

직역) 그래서 그 무유의 모습이 무르익도록 빛을 내렸다.

뜻읽기) 생략

窅然空然요연공연3)

직역) 대 혼돈의 모습은 정신이 멍하고 까닭이 없었다.

뜻읽기) 정신 없음(요연)은 혼돈이 아득하고 가물한 것이어서 그렇고, 까닭 없음은 대생성의 변화가 어느 한 원인이 아니어서 그런 것이다.

終日視之而不見종일시지이불견4)

직역) 종일 빛을 내리고, 종일토록 (그러함을) 볼 수 없었다.

뜻읽기) 광요가 종일 본다는 것은 빛이 대혼돈의 장에 계속 내림이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숨은 차원이 드러난 차원이 아직 되지 못함을 말한다.

聽之而不聞청지이불문5)

직역) 들으려 했으나 듣지 못했다.

뜻읽음) 대생성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搏之而不得也박지이부득야6)

직역) 잡으려 했으 잡히지 않았다.

뜻읽음) 대생성의 모습을 잡으려 했으나 잡지 못했다.

1)~6)은 우주 대생성의 변화는 사람의 이성이나 감각으로 알 수 없는 신령한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우주 대생성의 변화는 무궁한 우주만이 아니라 개체 개물의 변화도 우주적 대상의 변화인 것이다.

光曜曰至矣광요왈지의

직역) 광요가 말했다. 무유는 지극하구나.

뜻읽음) 여기서 지至는 우주만물 생성의 가믈함(신령함)을 말한다.

其孰能至此乎기숙능지차호

직역) 그 무엇이 이토록 지극함으로 무르익겠는가?

뜻읽음) 이 문장은 광요 자신은 지극하지 못하다는 한탄과 자조가 아니다. 장자는 허무주의자가 아니다. 자신도 참여한 우주대생성의 변화에 감탄하는 것이다.

予能有无矣여능유무의

직역) 나는(광요) 유무를 알았다.

뜻읽기) 자신도 참여한 우주대생성의 혼돈을 알았다는 것이다.

而未能无无也이미능무무야

직역) 그러했으나(앞절) 무무를 알지는 못했다.

뜻읽기) 우주 혼돈의 대생성은 없음이 없음임을 몰랐다. 무도 유의 한 갈래라는 뜻이지 무는 없음이 아니다. 무유는 무무인 것이다. 무무유無無有다

없음이 없음은 곧 유인 것이다. 수학에서 빼기 - 빼기는 더함 +이지 않겠는가.

及為无有矣급위무유의

직역) 무유의 경지에 내가 이르렀으나

뜻읽기) 대혼돈의 장에서 만물생성의 장에 참여했으니

何從至此哉가종지차재

직역) 이제 무무의 지극함을 어찌 따르겠는가?

뜻읽기) 신령한 없음의 없음의 경지는 홀로 이루는 게 아니라 뭇만물과 더불어 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장자의 무는 귀무론자가 읽는 무와는 다르다. 무는 단순 부정사도 아니며, 홀로 존재하는 실재자도 아니다. 노자를 귀무론 관점에서 읽는 것을 경계하며 장자의 한 문장을 문, 빛과 더불어 생각했다.

4. 신생의 준비가 필요하다

초록잎이 유한하여 낙엽이 되지 않으면 몸뚱아리 나무가 살겠는가? 지구 고요세가 유한하여 낙엽으로 떨어지는 무한의 장에서 지구 순환의 대활력의 문이 열리고 있다. 지구와 인간이 신생하는 문이 열리고 있다

자본세인들 끝이 없겠는가? 그 시기가 열리고 있다. 자본세의 끝은 자본축적의 위기 또는 공황에서 오지 않는다. 자본이 성립 가능했던 생산과 교환의 장 그 자체가 닫히고 새 문이 열리고 있다. 자본의 장 자체가 유한의 정점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박수칠 일만은 아니다.

자본주의를 대체한다고 나온 한때의 사회주의가 인민을 생산의 노력동원에 내몬 노동독재였듯이 자본세 이후의 시대가 자본세보다 나을 것이란 전망은 할 수 없다.

새 시대가 희망만은 아니다. 식민지 개척에 나선 유럽인들의 대항해시대(대학살의 시대라 써야 정확하다.)가 400여 년 이상 지속된 것처럼, 기후 정점에서 인류대이동 시대가 대항해시대보다도 더 끔찍할 수도 있다. 우주광물과 화성식민지를 개척(?)하기 전에 지구가 먼저 움직이고 있기에 기술발전론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우주개발 자체도 환상이다.

피케티류의 불평등 고발과 이를 완화하려는 정책대안 제시가 의미 없지는 않지만 지구 쓰나미 격동시대에 헛발길이 아닐 수 없다.

봉건시대에 자본주의 경제가 완전히 새로운 경제였듯이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정치경제학이 나와야 한다. 경제학은 무(無)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스페인 농부들은 10여년 전부터 올리브를 심지 않으며 정부는 대체작물 전환을 장려한다고 한다. 이 대체작물처럼 대체정치경제학이 나와야 한다. 철학•사상이 한걸음 앞질러 가야는데 해설에 그치고 있다.

/강주영(건축시공기술사·목수·전 교육부 대표 시민감사관)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신생전북론]기후 위기가 아니라 신생의 문이 열리고 있다

[월요아침]문화 비교로 본 21대 대선의 구도

[메아리]생태환경 산업 · 문화예술 복합지역, 전북특별자치도에의 꿈

[사설]'장기미집행 도시공원부지' 난개발 막아야

[사설] 전북, 노인 공공일자리 “안전관리 강화해야”

[전북의 창]“한우법 제정, 왜 지금 반드시 필요한가?”

[온누리]폭염 속 건강지킴이

[사설]새만금 수질 실패 책임 물어야

[삶의 향기]농업 조세감면제도, 지속가능한 농업 위한 ‘안전망’

[사설]민주당, 전주완주 통합 당론 밝혀야

[사설] 폭염 속 농작물 고온피해 주의해야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전주남 로타리클럽 제39대 강신무 회장 취임

장수소방서, 119폭염 구급대 본격 운영

국가유산청·완주군의 국가유산활용사업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