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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재발견]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이태원 참사, 책임 논쟁 속에서 우리가 놓친 것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01일 14시57분

최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재판결과로 부실 대응한 혐의로 전 용산경찰서장이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용산구청장은 무죄가 선고되었다. 재판부의 판단은 경찰이 10·29 이태원 참사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경비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나, 용산구는 재난안전법령에 따라 행사에서 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에 깊은 충격을 남겼다. 그날의 참담한 비극은 수많은 젊은이들의 생명을 앗아갔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삶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하지만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참사의 본질은 정치적 논쟁과 책임 공방 속에 묻히고 있다. 이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과 해석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금 드러냈다. 이현령 비현령" (耳懸鈴鼻懸鈴)이라는 말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이다. 이는 어떤 사안을 해석하는 방식이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한 경우를 비유하는 표현이다. 쉽게 말해, 한 가지 상황이나 사실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사고 원인과 책임을 두고 정부, 경찰, 서울시 등의 대응에 대한 책임 소재가 다르게 해석되었다. 여권 측에서는 경찰과 현장 대응의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고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참사라고 해석하며, 개개인의 책임을 보다 강조했다. 야권 측에서는 정부와 서울시의 안전 관리 부실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컸다.

이태원 참사는 단지 한 번의 비극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경고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공공 안전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 인파가 많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선제적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경찰과 소방당국,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둘째,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건을 두고 정치적 책임 공방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참사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정치적 논쟁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국민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대형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정부, 지자체, 기업뿐만 아니라 시민 개개인도 공공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재난은 남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태원 참사는 분명 우리 사회가 겪은 커다란 비극이다. 하지만 이 사건이 단순히 책임 논쟁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현령 비현령"처럼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석하고 논쟁을 벌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참사를 통해 진정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상근(고려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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