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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문화도시는 지역활력의 유력한 대안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29일 14시24분

얼마 전 고향집을 그림으로 그려 작품전시회를 하는 행복한 경험을 했다. 어머니 생전에 자녀들을 기다리며 집 앞 의자에 앉아계시곤 하셨는데 그림 속 의자를 보고 있노라면 어머니가 앉아계신 듯하다. 그림을 그리는 내내 어머니 생각에 잠길 수 있었고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어머니와의 추억들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예전에 벽화봉사단을 만들고 10년간 지역의 낡은 벽 곳곳에 벽화를 그리는 활동을 해봤지만,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것은 처음 경험이었다. 어떤 그림을 그려볼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셀레였다. 아주 초보적인 수채화지만 내가 직접 그린 나의 소중한 첫 개인작품을 소장하게 되어 무척 행복하다.

이번 전시는 법정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1시민 1미술 사업으로 269명의 시민이 작품을 완성해서 1주일간 예술회관에서 전시회를 했다.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가 주관하고 익산미술협회가 사업을 맡아 진행했는데 시민들은 팀을 구성해 신청, 선정되면 미술강사와 재료를 무료 지원한다. 16명의 강사가 40개팀을 맡아 15주 동안 활동을 진행했는데 5월 첫 수업에 기초 선긋기부터 시작해서 작품 완성, 전시회까지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 익산미술협회는 작품전시회에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인물화 그려주기, 디자인머그컵 만들기 등 뜻밖의 선물을 받아갈 수 있도록 체험행사를 준비하는 등 알차고 세심한 준비가 돋보였다. 1시민 1미술, 1시민 1음악과 같은 사업이 문화도시 사업의 취지와 목적을 잘 살리고 있음을 직접 참여하면서 크게 체감할 수 있었다. 단순히 문화도시 지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정을 위해 활동해가는 그 과정이 훨씬 더 소중한데 그런 목적에 매우 부합한 사업인 것이다.

이 사업은 경쟁을 통해 시상하는 방식이 아니고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진행되어 매우 좋았다. 평소 해보기 쉽지 않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15주 동안 즐거운 배움, 쉼과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

문화도시는 지역 고유문화의 가치를 기반으로, 미래지향적 사회성장구조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체계를 갖춘 도시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업이다. EU에서 매년 선정하는 ‘유럽 문화도시(European City of Culture)’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지역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부심을 고양하고, 지역 문화관광의 효과성을 제고하고자 제정한다고 한다. 1985년 그리스 아테네가 최초의 유럽 문화도시로 지정되었으며, 선정된 도시는 1년 동안 도시의 삶과 문화적 정체성 등을 폭넓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도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예술, 문화산업, 관광, 전통, 역사 등 고유한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지역의 문화 창조력을 강화하고자 '문화도시' 제도를 도입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총 24곳을 문화도시로 지정했다.

실제로 2021년 국토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지역간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영역으로 ‘문화·여가 분야’를 꼽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2023년 13개 도시를 선정하였다. 전북에서는 완주(2021.01), 익산(2021.12), 고창(2022.12), 전주(2023.12) 등 4개 도시가 선정되었다.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되면 200억 원(국비 100억 원, 지방비 100억 원)의 예산으로 3~5년 동안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익산시는 2015년경부터 문화도시 추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2019년 1차례 탈락 후, 2020년 예비문화도시 선정, 그리고 1년 동안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와 활동이 매운 큰 에너지가 되어 2021년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되었다.

문화는 체험할수록 익숙해지고 일상이 되어간다.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는 지역주민이 지역에 살게 하는 자부심이자 사람들을 지역으로 모이게 하는 힘이다. 문화도시는 문화만 발전한 도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일상이 문화가 되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문화도시는 시민들이 도시를 좋아하게 하는 사업이다. 전북의 도시들이 각각의 특성을 살린 문화도시를 창조하여 도시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뿜뿜한 도시, 이곳에서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도시, 문화도시에 살고 있다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가장 강력한 지역활력의 대안이 될 것이다.

/임형택(Like익산포럼 대표, 제7,8대 익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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