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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창] 매장문화유산 보존을 넘어 주변 자연경관과 관람·휴식공간 조성 필요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19일 14시23분

지난 여름부터 추석이 지난 지금까지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불볕더위는 우리 모두를 지치게 한다. 에어컨 켜진 실내, 그늘진 나무 아래, 시원한 곳이면 어디든 먼저 찾게 된다. 이렇듯 뜨거운날 유명하거나 교과서에 나오는 문화유산 관광지를 방문한다는 것은 대단한 열정이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없다.

지상건조물이 잘 남아 있는 사찰, 읍성, 향교 등은 오래된 나무들과 건축물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오가는 길목에 가로수들도 풍성하여 주변 경관도 좋아 더위를 참으며 방문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매장문화유산 지역은 대부분 지상건조물이 없고 건조물의 기초부 흔적만 남아 역사 문화적 의미는 높으나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많은 즐거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유산의 보존ㆍ관리 및 활용은 원형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라는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훼손된 문화유산의 복원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내에서 대표적인 예로 익산 미륵사지를 보면 백제 때 창건되었던 원형을 검증할 수 없기에 6층으로 남아 있는 미륵사지 석탑, 당간지주, 1992년 복원된 동원 9층 석탑 이외는 복원된 지상 건축물이 없다. 발굴조사에서 발견되 대형 건물지, 출토된 유물 등으로 삼국시대 최대의 사찰이라는 규모와 역사적 의미가 확인되었다. 또한,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음에도 뜨거운 날에는 관람객이 줄어들거나 현장을 방문해도 전체 사역을 돌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다행히 미륵사지 주변에는 자연경관이 보존되어 이를 정비 활용하면 중심사역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관람하는 탐방로와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남원 만복사지는 신라 말기에 창건되어 정유재란까지 유지되며 많은 역사문화를 간직하고 있으나 지상 건축물은 없고 불상과 석탑만이 남아 있어 일반인들의 시각으로는 볼거리 없다고 생각되는 곳이다. 현재 중심사역은 발굴과 정비가 대부분 완료되고 일부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더군다나 현대 건물들이 절터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어 사역 주변 경관이 좋지 못하고 사역 외곽을 따라 볼 수 있는 관람로가 없는 상태다. 전라북도 대부분 매장유산이 이러하다. 옛 건축물을 복원하기 전까지 매장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람 활성화를 위해 유산 주변의 자연경관 및 휴식공간의 조성이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문화재청이 지난 5월 국가유산기본법 시행과 함께 ‘국가유산청’으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문화유산 관련 법령들도 제정·개정되었다. 문화유산지역 주변 자연경관 조성, 관람환경과 휴식 설치 등에 필요한 경비는 올 5월17일부터 시행되는 ‘국가유산기본법’과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에 의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국가유산기본법 제15조 역사문화환경의 보호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국가유산뿐 아니라 국가유산 주변의 자연경관이나 역사적ㆍ문화적인 가치가 뛰어난 공간으로서 국가유산과 함께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주변 환경을 보호하여야 한다.

제23조 국민의 국가유산복지 증진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국가유산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국가유산기본법 제15조, 제23조와 같이 역사문화환경 보존과 국가유산을 향유할 필요 공간·시설을 조성할 경우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제13조의2 시ㆍ도지사는 국가유산 청장과 협의하여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지원사업(이하 “주민지원사업”이라 한다)에 관한 계획을 수립ㆍ시행할 수 있다. 따라서 건축행위 등의 규제로 생활에 제약을 받았던 국가유산 주변의 마을을 중심으로 경관 및 생활기반 시설, 주민 향유공간 등을 지원하는 국가유산 경관개선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조항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 매장문화유산의 보존, 해당 유산과 어우러지는 자연경관 조성과 관람환경 개선, 관람과 휴식을 함께 하는 문화유산 공간, 다시 방문하는 문화유산 관광자원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이다. /노기환(온문화유산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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