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경제와 미래]일자리 만드는 대학으로 혁명하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02일 14시48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작년 12월에 발표한 ‘연구개발 활동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연구인력은 601,530명이다. 2022년도 기준이다. 연구 인력의 수효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그리고 연구 인력의 66.9%가 수도권에서 일한다. 대전이 6.4%, 그 밖의 지역에서는 26.7%가 일한다. 수도권과 대전에 연구 인력이 집중된 현상을 읽을 수 있다. 연구 인력의 82.6%는 기업에서 일하고 9.7%는 대학에서 일한다. 7.7%는 공공기관에서 일한다.

대학에서 연구 인력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은 걱정되는 일이다. 이 통계는 대학에서의 연구가 현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기업체 연구 인력은 92.5%가 학사다. 박사연구원의 54.2%는 대학에서 일한다. 박사학위자가 기업체에서 연구를 더 많이 해야 한다. 기업이 나설 일이다. 대학원 진학자가 줄어드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이를 분야별로 나누어 보자. 인문학 학위 연구자는 34,542명, 사회과학 학위소지자는 32,137명이다. 그리고 이학 학위자는 93,889명, 공학 학위자는 394,529명이며 농업과학학위자는 11,338명이다. 사회과학, 이학, 공학, 농업과학학위자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일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인문학 학위자는 대부분 대학에서 일할 것으로 추정한다.

통계를 보며 과제를 제시한다. 우리나라 군대의 군인수가 477,470명인 것과 비교하면 연구 인력이 적은 숫자가 아니다. 참고로 내년 연구개발 예산은 29.7조, 국방비는 60조로 짜여 있는 것을 비교하면 연구개발 인력양성과 지원이 어려운 현실을 볼 수 있다. 이 통계를 보면 연구가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연구 인력이 60여만 명이면 최소한 60여만 개 이상의 특허 기술을 생산해야 하고, 기술사업화로 이어져야 한다. 기술사업화는 바로 일자리로 이어진다. 그래야만 알맹이 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대학에서 일하는 연구 인력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기업체에서 일하는 연구 인력은 해당 기업의 상품개발을 주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일자리와 직결되는 연구는 아닐 것으로 추정한다. 연구가 일자리로 이어지려면 대학에서 연구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비율이 9.7%라는 것은 한 마디로 대학이 일자리 만들어 내는 것에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대학 구성원들이 일자리 만드는 일에 관심이 적다는 것이 첫째 문제다. 고전적인 상아탑 개념에 갇혀있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정부가 대학 구성원의 창업에 대해 개념이 서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제도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내가 총장으로 일할 때 경험했던 어려움이다. 대학 내 창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원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었다. 정부나 법인의 태도는 연구 결과를 특허로 얻어서 기업에 팔든지, 나가서 창업하라는 것이 주류다. 기술사업화 지원제도는 너무 약하다. 이러한 일을 뛰어나게 잘하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나는 이스라엘의 히브리 대학이 방울토마토 육종으로 기술특허를 얻어 그 돈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을 참고했다. 우리도 기술개발로 사업화하여 일자리도 늘리고 대학 운영자금도 확보하려고 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1학과 1 기업창업” 정책이었다. 공학, 농학뿐만이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과 의과대학까지도 창업해야 하는 정책이었다. 초기에 구성원들은 매우 생소하게 받아들였으나 점차로 취지에 공감하게 되었었다. 산학협력의 수준이 아니라 “산학 일체 대학”을 만들려고 한 것이었다. 대학을 산업단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지금도 우리나라 대학이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정부가 대학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의 대학은 그 개념이 달라진 역사를 모두가 알고 있다. 지금이 그 혁명적 전환의 시대다.

/김도종 (사)한국 소프트웨어 기술인협회 이사장. (전) 원광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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