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메아리]식량작물 해충 사파리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9월 01일 14시50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 기상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국제교역이 확대되면서 병해충 문제가 전 세계에 공유되는 형국이다. 2000년 이후 기상이변으로 북아프리카, 이스라엘, 중국, 우리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메뚜기(풀무치)떼, 갈색여치, 꽃매미 등이 대발생해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안전 농산물을 선호하며 귀농 귀촌, 도시농업과 함께 청정농업을 선호하는 시대에 해충 지식은 갖춰야 할 필수 품목이라 할 수 있다.

농경지의 해충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지만 일반인들은 이들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실제로 논이나 밭에서 해충을 만나게 되었을 때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이 동물원의 사파리를 보면서 동물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가듯이 오늘은 함께 사파리 차를 타고 논을 둘러보면서 해충들을 죽 훑어보는 글을 써 보고자 한다.

먼저, 논에서는 벼멸구, 애멸구, 흰등멸구 등을 볼 수 있다. 벼멸구와 흰등멸구는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다. 벼멸구는 5mm 정도의 몸길이에 전체적으로 짙은 갈색의 길쭉한 형태로 중국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긴 날개의 장시형(4.5~5㎜)과 우리나라에 도착한 후 낳은 알에서 나온 짧은 날개의 단시형(3㎜)이 있다. 벼의 포기 수가 늘어나는 분얼기인 6~7월에 엄청난 숫자로 불어나 어린 벼의 즙을 빨아 먹으며, 심하면 벼가 말라죽을 정도로 피해를 준다.

애멸구와 흰등멸구는 짙은 회색에 약간 통통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데 흰등멸구는 등의 상판에 흰 점이 있는 것이 특색이다. 애멸구는 벼멸구보다 몸길이가 조금 짧으며 통통한데 벼의 줄기를 구침으로 찌르고 즙을 빨아 먹어 피해를 주면서 벼 줄무늬잎마름병 바이러스를 매개하기도 한다. 흰등멸구는 보통 늦게 이앙한 논에서 피해가 크며 초기 생육 부진 등의 피해와 함께 심하면 출수가 지연되기도 한다.

최근 문제가 되는 이화명나방은 날개를 편 길이가 22~34mm로 하얀색 날개에 바깥 가장자리에 7개의 검은 점이 있다. 볏짚이나 벼 그루터기에서 월동하며 1년에 2번 발생하는데 초기에는 잎을 갉아 먹다가 잎집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이삭이 나오지 않게 하거나 심하면 벼 포기를 쓰러뜨리는 피해를 준다.

혹명나방은 11mm 내외의 몸길이에 암갈색의 날개를 폈을 때 17mm 정도 되는데 매년 중국에서 날아온다. 벼 잎을 원통형으로 말고 그 안에서 벼 잎을 갉아 먹으며 피해를 받은 잎은 표피만 남아 백색으로 되면서 말라 죽어 초기에 방제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최근에는 몸통이 전체적으로 검은색인 먹노린재도 많이 발생해 피해를 주는데 먹노린재는 벼의 이삭을 빨아먹어 반점미를 발생시킨다. 주둥이가 앞으로 길게 튀어나와 코끼리를 연상시키는 벼물바구미도 5월경부터 유충은 뿌리를, 성충은 어린잎을 갉아 먹는다.

밭은 산이나 잡초가 무성한 초지와 인접하기 때문에 논과는 다른 해충들이 득시글하다. 월동하는 보리, 밀 등은 추위로 인해 충해가 거의 없는 반면, 옥수수, 수수, 콩 등이 재배되는 여름은 해충의 최성기로 이 시기에는 볏과에 속하는 식물은 모두 먹어 치우는 멸강나방, 조명나방 등과 노린재류가 가장 무서운 적이다.

멸강나방 애벌레는 일단 발생하면 숫자도 많고 밤에 ‘사각사각’하고 잎을 갉아 먹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탐욕스럽게 먹어 치운다. 옥수수를 먹다 가끔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는 조명나방 애벌레는 수수, 기장, 율무, 조에서도 무서운 해충으로 알에서 깨어나면 잎, 조금 큰 다음에는 줄기 속과 알곡을 갉아먹어 바람이 심하면 옥수수, 수숫대가 부러지는 원인을 제공한다. 만지면 심한 냄새를 내는 노린재는 콩에 꼬투리가 생길 때부터 달라붙어 즙을 빨아 먹는 통에 콩을 하나도 거두지 못할 정도의 피해를 준다.

아쉽게도 이 사파리 여행에서는 지면이라는 특성상 논에 발생하는 해충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어 미안한 감이 든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농촌진흥청에서 제공하는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에서 위에서 설명한 해충들의 특성과 생김새를 확인할 수 있음을 알려 드리며, 다음 편에는 채소와 과수, 꽃에 피해를 주는 해충 사파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박진우(국립식량과학원 작물기초기반과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메아리]식량작물 해충 사파리

[사설] 폭염 속 농작물 고온피해 주의해야

[오늘과 내일]전북형 레드바이오산업

[특별기고]더 나은 양곡관리법을 위하여

새만금 수변도시, 공공시설 계획 서둘러야

[사설] 어구보증금제도 시행 잘한 일

[사설] 전북특별자치도, 레지오넬라증 환자 발생 주의해야

[사설]소비 쿠폰, 경기 되살리는 훈풍 됐으면

[온누리]소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 비난 '일색', 유기견센터 조성사업 무산 위기

[온누리]서예가 몽연 김진민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전주남 로타리클럽 제39대 강신무 회장 취임

장수소방서, 119폭염 구급대 본격 운영

국가유산청·완주군의 국가유산활용사업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