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경제와 미래]정명(正名)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26일 16시11분

명불허전(名不虛傳 : 명성이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 이름이 날 만한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

허명(虛名 : 실속이 없는 헛된 명성),

명실상부(名實相符 : 이름과 실상이 서로 꼭 들어맞음),

대의명분(大義名分 : 1. 어떤 일을 꾀하려 할 때 내세우는 합당한 구실이나 이유 2.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와 본분),

명예(名譽 : 세상에 널리 인정받아 얻은 좋은 평판이나 이름),

오명(汚名 : 더러워진 이름이나 손상된 명예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누명(陋名 : 사실이 아닌 일로 이름을 더럽히는 억울한 평판)...

각 단어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명(名)’이다.

한자 ‘名’을 이름 ‘명’으로 새기기는 삼척동자도 다 알텐데, ‘외형’, ‘평판’, ‘유명하다’, ‘이름 붙이다’ 등등 사전적 의미가 있다.

고전을 고찰하니 논어 자로편에 ‘정명(正名)’이 언급된다.

자로가 묻기를 "위나라 임금이 스승님을 모시고 정치를 한다면 스승님께서는 무엇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말하길 "반드시 명분을 정립하겠다.(必也正名乎)”

자로가 묻기를 "이러시니 스승님께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것입니다. 어찌 그것을 바로 세우시려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하길 "멀었구나, 유야. 군자란 알지 못하는 바에 대해서는 잠자코 있어야 하느니라. 명분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말에 조리가 없고, 말에 조리가 없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이 흥하지 않고, 예악이 흥하지 않으면 형벌이 중정하지 않으며, 형벌이 중정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고로 군자가 명분이 있으면 반드시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말을 하면 반드시 행할 수 있게 되니, 군자란 말에 있어서 구차한 바가 없어야 하는 것이니라.”

‘명분을 바로 잡겠다’와 ‘그 이름의 바른 자리를 찾아야 한다’, ‘명칭을 바로 잡는 것을 우선하겠다’ 등으로도 새길 수 있겠다.

AI시대에 고리타분하게 공자왈 맹자왈이 세상 물정 어둡다 하겠지만 정명(正名)이 심하게 무너진 현 세태에 다시금 경계(警戒)를 삼을 만하다.

공자의 정명사상(正名思想)이라 하고 그 이름에 걸맞게 실질이 상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이름(名)에 부합하는 실제(實)가 있어야 그 이름이 존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말로 풀면 일국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국록을 먹는 공무원은 공무원답게, 직장이라면 각자 위치에서 그 직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 학교에서 교사는 교사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가정에서 가장은 가장답게, 그 자녀는 자녀답게 사회 구성원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그 이름과 직에 걸맞게 각각 위치와 역할에 맞는 행동을 통해 사회 전체의 질서와 안녕이 유지된다는 말이다.

이순신 장군의 행적에 이르러 충(忠)이라는 이름(名)이 실질적(實)으로 존재하는 것이고,

안중근 의사의 분의망신(奮義忘身)에 이르러 의로움(義)의 이름이 있는 것이다.

말로만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체제가 과연 허명(虛名)은 아닌지 돌아볼 것이고,

물신숭배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숭배하는 사회 풍토에서 대의명분(大義名分)은 책 속에 유배된 단어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그 뜻에 따라 실질적으로 명예를 지키려는 자들을 누명(陋名)으로 욕보이는 세상에서 명예라는 이름은 그 설 자리를 잃는다.

언필칭(言必稱) 정의(正義)라 부르짖고 실질은 부정(不正)을 용납하고 당연시하며 오로지 힘과 권력이 정의로운 세상이라 인정된다면 이름(名)이 무너진 사회라 할 것이다.

최근 어느 고위공무원은 오명(汚名)을 무릅쓰느니 선한 이름을 지키고자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과연 듣던대로 재능과 인품이 뛰어난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이를 만났을 때,

‘과히 명불허전(名不虛傳)이십니다.’

답하길,

‘과찬이십니다. 허명(虛名)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대화들이 요즘은 사극에서나 듣게 되는 아련한 말들이 되었다.

스스로 돌아보아 이름이 헛되이 전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명분에 합치되는 언행을 하고는 있는지,

살피고 또 살필 뿐이다.

/김원주(전주시의원·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공동대표)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경제와 미래]정명(正名)

[특별기고]더 나은 양곡관리법을 위하여

새만금 수변도시, 공공시설 계획 서둘러야

[사설] 어구보증금제도 시행 잘한 일

[사설] 전북특별자치도, 레지오넬라증 환자 발생 주의해야

[사설]소비 쿠폰, 경기 되살리는 훈풍 됐으면

[온누리]소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 비난 '일색', 유기견센터 조성사업 무산 위기

[온누리]서예가 몽연 김진민

식물 병해충 연구와 AI 접목의 필요성

[월요아침]덥다고 찬물만 찾으면 위가 망가진다. 여름철 소화기 건강 수칙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전주남 로타리클럽 제39대 강신무 회장 취임

장수소방서, 119폭염 구급대 본격 운영

국가유산청·완주군의 국가유산활용사업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