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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살아가는 것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26일 16시07분

어느 해보다 더위가 길었던 여름이 계속되고, 불황으로 소상공인 폐업률이 코로나 때보다 증가하며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어차피 살아가는 일은 매 순간 쉽지 않은 일이기에 세상에 올 때 가지고 온 각자의 무게만큼 힘든 것 하나, 아픈 것 하나 둘러메고 우리는 오늘도 집을 나선다.

깊은 호흡으로 품어 나오는 한숨에도 가라앉지 않는 지독한 삶의 회한은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아쉬움에 뒤돌아본 과거의 그림자는 짙은 석양빛 노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잘 가라 손짓한다.

이름 석 자에 묶여 있는 인간의 멍에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되었고, 거울 앞에 선 눈동자는 내일의 그리움을 그리워하며 오늘을 살게 한다. 잘 살아온 인생도, 그렇지 않은 인생도 살아온 것은 같으나, 살아가는 방법이 다른 것을 끄덕이고, 끄덕이며 인정했던 세월은 허무한 듯 나를 보고 웃는다.

새는 날아가며 뒤돌아보지 않고, 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은 앞만 보고 가듯이,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달려온 세월이 아닌가 싶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시인의 말처럼 이제 가던 길 멈추고, 잠시 뒤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너무 늦지 않게, 너무 멀리 간 후에야 보이는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세월은 주변의 많은 것들을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는 너무 늦다.

얼마만큼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놓치고 가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는 일에 남녀노소 나이가 따로 있겠는가? 돈 없다고 기죽을 것도 없고, 높은 자리 아니라고 서러워할 일도 아니며, 돈 많이 번다고 우쭐댈 것도 없고, 높은 자리 있다고 뻣뻣하게 굴 일도 아니다. 살아가는 것은 무상(無常)함이 함께하는 곳이고, 영원한 것이 없는 곳이다. 이 삶의 법칙을 안다면 있든 없든, 높든 낮든 주어진 만큼 감사하고, 주어진 만큼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일이다. 그 안에서 행복을 보면, 그만큼 또 잘 살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무엇을 얻고자 나와 남을 비교하고, 시기하며 살아갈 일인가!

회자정리(會者定離)요,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 만나는 사람은 헤어짐이 정해져 있음이요,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 칼럼을 써보라는 요청을 받고 절차탁마(切磋琢磨)하며 일주일에 한 번 여러분과 만났던 시간은 부족함으로 나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만날 것을 약속하고, 그동안의 졸필을 너그러이 보아주시리라 믿으며, 어려운 시기이지만, 새전북신문 독자분들 힘내시고, 각자 주어진 사연 하나, 슬픔 하나 둘러메고 뚜벅뚜벅 걸어가기를 기원한다. /고석헌(상상에너지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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