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완주 아파트 전세사기 피의자 무더기 기소...피해자 수백명

서민 임차인 속여 5년간 585명 58억7,000만원 편취
공인중개사·보증업자도 범행 ‘믿을 사람 없다’

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07월 17일 16시37분

임대할 권한이 없는 아파트를 수백 명에게 임대하고 보증금을 가로챈 시공사 대표, 임대법인 운영자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보영)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등 혐의로 시공사 대표 A(69)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같은 범행을 저지르거나 가담한 9명도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이른바 ‘완주 삼례 전세사기’ 피의자들로,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585명, 피해액은 58억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범행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공사 대표 A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부동산담보신탁 대출을 받았다. 아파트 소유권이 신탁 회사에 넘어간 상황에서 A씨는 신탁 회사 동의를 받지 않고 2018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아파트를 임대, 임차인 289명으로부터 보증금 21억5,700만원을 가로챘다.

A씨로부터 아파트를 구입한 임대법인 운영자 B(55)씨도 별개로 전세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그 또한 부동산담보신탁 대출로 소유권이 없는 아파트를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임대하고 144명에게 보증금 6억9,700만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새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으로 기존 담보신탁 대출금과 보증금 반환채무를 갚는 ‘돌려막기’로 범행을 숨겨왔다. 그러나 매매 잔금 정산 문제로 갈등이 발생하자 부동산컨설팅업자 C(60)씨에게 법인을 양도했다.

법인을 양도받은 C씨는 같은 수법으로 법인을 운영하며 30억원 규모 보증금을 편취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피해자와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C씨 범행에는 공인중개사나 보증보험업자도 함께했다. 공인중개사는 신탁부동산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았다. 보증보험업자는 금융위원회 허가를 받지 않고 수십억원 규모 보증서를 발급해줬다.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없다는 공인중개사 설명과 무허가 보증보험업자의 보증서를 믿은 임차인들은 전 재산에 가까운 보증금을 지급하며 피해가 커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전주지검은 전담수사팀을 구성, 사건의 발단과 가담자를 밝혀내는데 집중했다. 시공사 대표, 임대법인 운영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직원과 담당자들을 조사한 결과 범행 전모를 밝히고 주요 공범을 붙잡을 수 있었다. 또 A씨와 B씨가 공모해 금융기관 대출사기용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정황도 포착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한 처벌을 받고 임차인들은 원만히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전세사기 사범에 엄정 대응하고 신속한 피해 회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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