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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저출산, 축복이 될 수는 없는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16일 15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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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저출산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언급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문제가 있을까? 저출산에 대한 그간의 논의를 보면 저출산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만 강조하고 있지 저출산에 현명하게 대응할 때 사회적 문제를 극복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누구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분위기를 환기해보자. 저출산과 그로 인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일들을 좀 차분하게 따져 보자. 저출산으로 가장 심각하게 문제가 될 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노동력 감소이다. 그 증거로 생산가능인구(15세~64세)라는 지표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게 좀 그렇다. 생산가능인구를 15세~64세로 딱 못 박아 놓을 이유가 있는가. 생산가능인구 보다는 경제활동인구(15세 이상~)라는 지표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경제활동인구란 15세 이상 중 경제활동을 하고 있거나 할 의지를 있는 인구를 뜻하는 것으로 상위 연령을 64세로 못 박아 놓지 않는다. 인구를 늘리려고 애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경제활동인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저출산 대책은 어떤가? 아이를 더 많이 낳는 것만을 대책으로 삼고 있다.

또 저출산 문제를 노동력 확보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산업과 경제 트렌드를 고려해볼 때 더욱 어처구니 없다. 지금 수준에서도 청년층의 취업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계속 인구를 늘리자는 정책이 현명한 일일까? 산업의 자동화를 넘어 인간 노동력을 로봇이나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의 노동력은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어야 할까. 이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무조건 노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오직 인간의 노동력만으로 산업발전을 이끌어 왔던 과거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미래사회에 적용하는 우매한 판단이다.

한 국가에서 모든 경제활동으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가격을 합계한 GDP(국가 총생산량)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국가 전체의 생산량으로는 세계 14위(2023년)인데 1인당 GDP(2024년)는 34,165달러로 32위이다. 1인당 GDP 순위 10위권 국가 중 우리보다 인구가 적은 나라가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스위스, 노르웨이, 싱가포르, 아이슬란드, 덴마크 등 7개 국가나 된다. 결국 인구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또 국토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인구의 감소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현재 수준에서 영토의 크기는 남한만 따지자면 109위권이고, 남북한 다 합하면 84위권으로 영토의 크기가 작은 편이다. 반면 인구 규모는 남한만으로는 29위권이고 남북한 인구를 합하면 20위권이다. 영토 크기에 비해 인구가 과밀한 상황이다. 결국 지금 우리는 국가의 인구 규모보다는 인구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병력자원이 줄어들어 국방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도 한다. 이 역시 재래식 전쟁의 관점을 적용한 것이다. 1억명이 넘는 인구 규모의 일본의 자위대는 채 20만명이 안되지만 군사력으로는 세계 7위로 평가받고 있다. 군사력의 핵심은 국방 시스템의 개선이 더 우선이다.

출산율 저하가 20여년 계속되어 온 탓에 우리나라가 인구 축소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출산의 대책이라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 출산율을 높인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40~50년 후에 나타날 것이니 최소한 50여년은 인구 축소사회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인구축소의 사회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안정을 유지하며 행복한 삶을 지속해 갈 수 있을 지를 더 많이 더 노력해서 준비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래사회는 인구의 양보다는 질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인간의 수명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니 출산률이 낮아진다 하여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지도 않을 것이다. 출산율 저하가 사회적 재앙이 되느냐 축복이 되느냐는 출산율에만 달려 있지 않다. 고출산 중심의 사회시스템에서 저출산 중심의 사회시스템으로 어떻게 전환하느냐에 달려있다.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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