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아침발걸음]바람직한 부모 상

스승에게 10년을 배우기 보다 어머니의 태교 열달이 더 중하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15일 14시37분

21세기 초 한국 풍경으로 아들지고 가는 아버지가 있다. 이는 1894년 8월 4일자 프랑스 화보주간이(일류스트라용)에 게재된 그림으로 프랑스인 갸스통 르페보르가 찍은 사진을 판화로 재현한 것이다라고 한다. 고단한 일상의 삶이 짙게 스며든 아버지의 발걸음과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웃는 아들의 해맑은 표정은 곧 한국적인 부자상(父子像)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 아버지들의 권위는 이 그림이 보여주듯 묵묵한 걸음걸이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 지게에는 그 아버지의 삶의 원천인 사랑스런 아들과 가족을 따뜻하게 해줄 땔감이 담겨 있다. 한편 어머니는 여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이름이다. 여인의 가장 중요한 생산은 자녀이며 가장 위대한 성취는 그 양육이다. 옛 말에 이르기를 “스승에게 10년을 배우기 보다 어머니의 태교(胎敎) 열 달이 더 중하고 태중 열달의 가르침보다 남편이 아내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더 귀하다”고 했다.

이는 사람을 가르침에 있어 무엇이 근본이 되고 무엇이 가지가 되는지를 일러주는 말이다. 바르지 못한 심성에 가르침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 그 양육과정에서 엄한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상이 우리나라 가정의 부모상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와는 정반대로 우리 주변을 보면 어머니가 엄하고 아버지가 자애로운 엄부자모(嚴父慈母)에서 엄모자부(嚴母慈父)의 부모상으로 바귄 셈이다. 최근에는 자식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어느날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아버지들이 많다.

급변하는 산업화 과정 속에서 우리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즉 이땅의 아버지들은 지금 고용불안시대의 명퇴문제와 가정에서의 역할축소 등으로 “고개숙인 아버지”들이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자녀는 부모의 눈을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 한국어린이 보호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73%의 어린이가 “가정을 평화롭게 다스리는 아버지”를 가장 훌륭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이 “직업에 충실한 아버지” 31% 자녀를 잘 키우는 일 13%이라고 대답했고 60%의 어린이가 엄마보다 아버지가 가정의 중심이 되길 바라고 있다. 또한 아버지가 늦게 들어오고 쉬는 날에도 잠만 자는 등 함께 놀아주지 않아 불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첫째, 자상할 것 둘째, 자녀들과 함께 놀아줄 것 셋째, 자녀들의 행동을 이해해줄 것 이밖에 담배를 안 피운다 공부를 도와준다 사랑해준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 등이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덕목이다. 한편 국적 구분 없이 좋은 아버지 감을 묻는 질문에는 세종대왕이 1위 방정환이 2위 이순신 장군이 3위를 차지했다. 가정은 사회생활의 기본적인 단위이다. 어린이는 태어나면서 어버이와의 관계로부터 처음 주는 자와 받는 자로서의 대인관계가 시작되며 또 성장하면서 대인의 폭을 넓혀 가족 전부와의 관계로 확대해 나가며 사회를 보는 눈은 자신의 눈이 아닌 가정의 눈 즉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 부모는 최선의 교사로서 학교가 감당하지 못하는 인성교육을 책임져야만 한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부모의 몸을 통해 태어났더라도 자녀들은 별개의 육체와 영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 하고 부르며 내미는 고사리손을 꼬옥 잡아주던 아버지 그 때 느꼈던 든든함과 편안함 누구나 한번쯤 갖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다. 아빠 라는 호칭 속에는 사랑과 신뢰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자식들의 잘못된 버릇을 잡아 주어야 한다. 자식의 버릇을 잡아주는 주된 책임은 가정에 있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너무나도 아이들을 버릇없게 키우고 있다. 오히려 아이들의 잘못된 부분을 방관하고 있는게 오늘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우리 자녀들은 부부의 사랑의 결실이기에 가정교육은 부모 두 사람이 최선을 다해야 할 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오늘날의 부모상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평등하게 자녀의 양육에 책임과 권리를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식 부모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우리는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 효경에 의하면 “효도란 하늘의 떳떳한 이치이고 땅의 옳은 모습이며 백성의 기본 행실이다.

이는 하늘과 땅의 떳떳한 것을 백성들이 본받는 것이니 하늘의 밝은 것을 본받고 땅의 옳은 것을 쫓아서 이것으로 인심을 순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질서 때문에 그 가르침은 엄숙하지 않고서도 이루어지고 그 정사(政事)는 엄하지 않고서도 다스려지는 것이다” 따라서 효도란 천성(天性)의 떳떳한 것이요 사람의 마음에 본래부터 있던 것이니 이런 까닭에 정치와 교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군군신신(君君臣臣) 부부자자(父父子子) 논어 안연(顏淵)편에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면 나라와 가정이 편안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내 자신의 행동이 진실되고 솔직했을 때 사회가 정화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자기마음을 새롭게 다짐해 본다면 나름대로의 구체적인 원인과 진단이 내려질 것이다.

/이존한(한국화가·호산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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