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고]문화재와 낙서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10일 14시51분

며칠 전, 지난해 경복궁 담장을 훼손하고 도주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화제였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이날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나 피고인이 범행 당시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하여, 교화기회를 주기 위해 석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정신적 어려움으로 피고인이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아가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관심받고자 하는 욕망이 커져 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점을 돌아보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해당 피고인의 범행 전날 불법싸이트 홍보를 위해 담장을 훼손한 일당도 재판 중이다.

여러 가지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관심받기 위해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도, 당당하게 불법 영상 공유싸이트를 홍보하는 것도, 돈 10만원에 시킨다고 하는 것도, 그걸 티비에서 보고 다음날 바로 모방하는 것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불가피하거나 우발적 상황이 아님에도 초범이라서, 복구비용을 내니까, 이런 것이 감형 사유로 적정한걸까.

지난 2008년 서울 숭례문이 방화로 전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방화범은 그전에도 문화재 방화이력이 있었으나 집행유예를 받았다. 문화재를 방화한 까닭은 경비가 허술해 접근하기 쉽고 인명 피해가 나지 않으며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 문화재는 복원하면 된다는 망언을 했더랬다. 초범이니까, 정신이 불안정하니까, 복구비용을 다 내니까 형 집행을 유예하는 것으로. 국가에서 문화재훼손을 대하는 정도가, 근본적으로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이해가 이정도다. 돈은 들겠지만 망가진건 복원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 이렇게 가벼운 문제인걸까.

문화재는 인류역사, 문화활동의 소산으로, 원형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며, 한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다. 최대한 비슷하게는 복원하겠지만 이전과 분명 다르다. 물론 시간에 의한 자연스러운 손상까지 막을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위적 훼손은 방지해야한다. 흔히들 문화재에 조그만한 이상만생겨도 보수해달라, 다시 지어야한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게 좋은게 아니다. 보수도 넓은 범위에서는 훼손이다. 최대한 현상을 유지하고 원형을 보존할 수 있게끔 관리하다가 원상유지가 불가할 경우 최소한으로 수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때로는 문화재가 왜 중요한지 어디에 그 가치가 있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누군가 알려준적도 배운적도 없는 것 같다. 아닌 말로 먼나라 이웃나라들은 조작을 해서라도 역사를 만들어내는데... 우리는 참... 관대한걸까... 복원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의 인식도 법적제재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우리 지역 문화재에도 크고 작은 낙서들이 참 많다. 김아무개 다녀감 같은 방명록부터 연인, 친구사이 이름 표기, 평소 잘 쓰지도 않는 원색적인 욕설, 의미 없는 낙서 등 참 다양하다. 특히 학교 근처에 위치한 문화유산에서 낙서들이 많이 발견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지 않도록 어릴때부터 교육이 필요해보인다. 혹자는 불을 지른 것도 아니고 낙서쯤이야 그렇게 심각한 일 아니지않냐고 생각하실수도 있다. 그런데 문화재 훼손의 경중을 떠나 그 가치를 손상시키려 했다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있고, 두 번째로 낙서가 생각보다 지우기 쉽지않다. 오염물질을 제거하면 결국 원형의 겉표면도 일부 제거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보수과정에서도 일부 훼손은 불가피해진다.

한편, 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청의 복권기금과 전북특별자치도청의 지원을 받아 문화유산돌봄사업을 진행하며, 올해 도내 동부권역 8개지역의 383개소 국가유산을 관리한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국가 및 도지정문화유산, 비지정유산을 관리하며 목조, 석조, 근현대건축, 천연기념물 등 각 재질별 특성에 맞게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전문 모니터링을 진행하여 문화유산 보존관리에 힘쓰고 있다. 또한 작은 훼손부의 경우 큰 범위로 확장되기 전 경미하게 수리하여 예방보존하고 있으며 국가유산 분야의 전공자와 국가유산수리기능자들을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진행함으로써 국가유산 보존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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