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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거석 전북교육감에게 호소한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07일 15시20분

전교조 전북지부가 십여 일째 전북교육청 앞마당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이 전교조 전북지부와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과 기존에 맺었던 단체협약 중에서 70개 가까운 조항을 삭제하고, 70개 가까운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고 통보했는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전북교육청이 삭제를 요구했던 단체협약 조항 68개를 헌법, 교원노조법, 지방자치교육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공무원 인사 규정, 대법원 판례 등을 통해 검토해 봤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이 사용자이자 선량한 관리자로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며, 전교조 전북지부는 보통 사람들의 상식에도 어긋나는 단체교섭안을 제안했으며 그렇게 해서 맺어진 단협 조항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예컨대 단협 제 67조로 “전북교육청은 반드시 전북교육청 교육과정 및 각 분과 위원회에 전교조 전북지부가 구성원의 20%가 되도록 추천해야 한다.”를 들 수 있다. 전북교육청에 설치된 위원회의 20%는 전교조 전북지부 지분이라는 뜻이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전북 교육 정책과 관련하여 전북 교사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 전북교총, 전북 교사노조, 전북실천교육교사모임 등 다른 교사단체도 마찬가지이다. 그 까닭은 뚜렷하다. 한국의 교사 고용제도에서 교사를 임용할 때 교사단체의 동의가 불필요하며, 교사 임용 후에도 교사가 특정한 교사단체에 반드시 가입해야 할 의무가 없다. 즉 한국은 단체협약에서 ‘클로즈드숍(Closed Shop)’이나 ‘유니온 숍(Union Shop)’이 아니라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오픈 숍(Open Shop)’ 제도를 채택한다. 또한 전북 교사가 대략 2만 명인 데 그들 교사단체가 전북교육청 정책 수립이나 집행에서 의사 결정권을 갖는 대표성을 인정받으려면 소속 회원이나 조합원만이 아니라 전북 교사 모두에게 투표권을 주면서 소속 단체의 대표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적 대표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빗대어 어긋났다는 것이다.

전북교육청이 삭제 또는 수정을 통보한 단협 조항 중에도 엉터리가 상당수이다. 전북 교육청 관료들이 단협 조항을 세세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단협 제 18조(학교인사자문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를 보자. “전북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은 교장이 교원인사자문위와 다른 결정을 하여 문제를 야기할 경우 시정하도록 권고한다”고 되어 있다. 전북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관에 따르면 “교원인사자문위원회는 자문위에 불과하고, 자문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교장이 그 결정을 반드시 수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공무원 인사 규정 제 34조에 따르면 교원인사위원회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인사행정을 하기 위해 설치했으므로 이에 상응한다면, 즉 그 결정이 형식상 민주적이었고 내용상 사회상규에 맞다면 설령 자문이더라도 교장은 법리상 반드시 따라야 한다. 특히 교원노조법 제 7조 제 1항에 따르면 교원 인사 자문위원회 사안은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비효력 사항이지만, 헌법 제 31조에 명시된 ‘교육을 받을 권리(학습권)’와 밀접하므로 단체교섭에 올릴 수 있고 단체협약으로도 체결될 수 있다. 그 까닭은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과 관련이 있고 교장의 결정이 부당하면 수업과 생활지도가 직무인 교사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탓에 헌법에서 보장된 아이들의 학습권이 응당 침해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면 교장은 교원인사자문위원회의 결정을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삭제 의견을 낸 전북교육청 교원인사과나 이를 검토한 민주시민교육과는 직무를 태만하게 하였으므로 그 책임은 무겁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금 전북교육청과 전교조 전북지부 간에 벌어지는 단협 갈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쓰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전교조 전북지부가 기존 단협안을 온통 고수하겠다는 태도는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 때 받은 특권을 유지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전북교육청 또한 전교조 전북 지부에게 삭제 또는 수정을 통보했던 단협 조항을 다시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김승환 전 교육감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역사는 당신을 나쁜 교육감으로 평가할 것이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에게 호소한다. 전북교육청이 기존 단협의 부당성이나 위법성에 손을 댄 것은 응당 옳고 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주저하지 마시라. 그러나 사안을 위법 부당하지 않게 검토해야만 전북 시민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 요컨대 그렇게 내린 결정이 서거석 전북교육감, 당신의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전교조 전북지부에 대한 차별과 폭압이 아닌 사회적 정당성이 있으며 시(是)를 시(是)라 하고 비(非)를 비(非)라 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으면 누구든, 무엇이든 어찌 두려울 수 있나?

/박제원(전주 완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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