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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창]소망과 희망, 그리고 ‘김제 진봉산 망해사 일원’

망해사 일원은 우리의 애환을 씻어내고 ‘소망과 희망’을 꿈꾸던 역사적 장소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04일 14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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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비로소 그곳에 이르러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환영받을 수밖에 없는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김제 ‘망해사’를 주제로 한 수많은 詩중에 박성우 시인의 ‘거미’라는 시집에 수록된 ‘망해사’는 바로 그러한 의미가 담긴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심포에는 바다에 몸을 던지려다가 문득, 머리를 깎은 뒤 제 스스로 절이 된 망해사가 있다.시퍼렇게 깎은 머리를 한 채 벼랑 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행하는 망해사 낙서전이 있다.”라는 표현은 얼마 전 국가 자연유산 ‘명승’으로 지정된 ‘김제 진봉산 망해사 일원’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구라 할 수 있다.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기에 목숨을 던질 만큼 절망에 빠진 사람이 망해사가 되었고 망해사 낙서전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단 하나 아픔을 딪고 망해사에 지는 낙조를 바라보며 떠오를 보름달이라는 ‘소망과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를 “망해의 생살을 밀고 나온 검붉은 사리하나 서해로 떨 어 진 다”, “잘 씻겨진 보름달이 젖은 채로 곧 올려질 것이다”라고 표현하였다.

필자가 이 시를 걸작이라 판단하는 이유는 국가 명승지인 ‘김제 진봉산 망해사 일원’에 대해 연구해 볼수록 역사적 고증과도 맞아 떨어지는 주제를 잘 잡아내었기 때문이다. 시련을 딪고 사실상 ‘김제 진봉산 망해사 일원’은 소망과 희망을 갈망했던 장소였다.

지금의 망해사 전망대 바로 옆에 위치한 평탄한 둔덕은 ‘부안 죽막동 제사유적’과 비견 될만한 고대 해양 제사 유적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그간 이곳에 제사유물들이 다량 발견된 것을 미루어본다면 향후 정밀발굴조사를 통해 명확한 규모와 실체가 밝혀질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부안 죽막동 제사유적’과 함께 ‘세계유산’ 등재도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진봉산 일원에 유일하게 인공적으로 조성된 높은 평탄지이자 낙조감상의 최적지임을 감안하면 『신증동국여지승람 만경현 편』에 기록된 ‘진봉산 낙명대’가 바로 이곳이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말하자면 ‘김제 진봉산 망해사 일원’은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서해낙조의 절경을 바라보며 우리의 애환을 씻어내고 ‘소망과 희망’을 꿈꾸던 역사적 장소이다.

이뿐 아니라 서기2000년을 눈앞에 둔 1999년에는 망해사 일원 앞바다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제 17교구 본사인 금산사 스님들의 주도로 예로부터 이어져온 ‘매향의식’을 거행한 뒤 매향비를 망해사에 세웠다. ‘매향’은 1000년 뒤 꺼낼 것을 기약하며 바닷물과 계곡 또는 강물이 만나는 곳에 향나무를 큰 규모의 불교 행사로서 주로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평안을 빌었다.

이렇게 ‘김제 진봉산 망해사 일원’이 지니고 있는 주제는 ‘소망과 희망’으로 집약된다. 이와 관련하여 전국의 명승지 중에 망해사 일원만큼 낭만적이고, 서정적이며, 역사적 의미를 지닌 확실한 주제를 지닌 곳이 또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한다면 단연코 독보적이다.

내년부터는 아마도 ‘김제 진봉산 망해사 일원’의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이 추진 될 것이며, 국가유산체제로 전환된 이후 첫 명승지라는 타이틀답게 이러한 주제를 잘 살려 삶에 지친 모든 이들이 찾아와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문득 필자가 직접 겪었던 경험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얼마 전 ‘김제 진봉산 망해사 일원’이 명승지정을 앞두고 극락전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평소 바람으로 유명한 망해사에 바람한점 불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다행스럽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결국 망해사 스스로조차도 절망의 순간을 ‘소망과 희망’으로 전환 시키는 신기한 힘을 지닌 곳이 라는 것을 국가명승 지정을 통해 증명해 낸 것이 아닌가?

/백덕규(김제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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