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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바다 정원

신팔복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7월 03일 16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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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부풀고 상념들로 가득해진다. 비바람 거센 폭풍은 큰 피해를 남기지만, 잔잔한 파도에 은비늘 햇살이 반짝이는 그런 바다라면 언제나 포근하고 아늑한 정감을 안겨준다. 그래서 바다 풍경은 온갖 시름을 잊게 하고 유유자적하게 만든다. 산에 오르면 산이 좋고, 바다에 가면 바다가 좋다. 차츰 자연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나이 들어가면서 당연한 이치인가? 치열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요즘은 편안함이 더없는 행복이다.

새만금을 끼고 이어진 연도교를 지나면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까지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고 대장봉에도 오를 수 있다. 옛날처럼 배를 타지 않아도 도착할 수 있어 나들이로 오는 차들이 줄을 잇는다. 하얀 모래밭 백사장을 끼고 어촌마을이 옹기종기 자리해 있다. 썰물 따라 날고 밀물 따라 들며 바다와 싸우며 살아온 생활이 몸에 밴 사람들, 수많은 태풍과 거센 파도를 견디며 뒤뚱거리는 배처럼 살아왔을 어부들의 터전이 오늘은 햇빛을 안은 채 고즈넉하다. 불굴의 의지로 일궈낸 삶의 결실이 우리 부모의 고된 시절과 교차 되어 아련하게 스친다.

신시도 자연휴양림 오솔길 옆 해양숙박 시설이 바다를 안고 자리한 채 여행자를 부르고 있다. 해풍에 밀려오는 바다 내음과 철썩 해안을 두드리는 파도 소리에 바다 향수가 저절로 깨어난다. 사람들은 심신을 달래려고 바닷가를 찾는다. 가을빛이 따스하고 쾌적하다. 쉬엄쉬엄 솔숲을 지나 신시도 대각산 전망대를 찾았다. 몸도 예전처럼 가볍지는 않다. 무거운 호흡을 감내하며 터벅터벅 오른 순간, 확 트인 바다 풍경에 입이 딱 벌어졌다. 와! 최고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인가? 해발고도 187m로 높지 않은 전망대이지만, 최고의 해상전망대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눈을 휘둥그레하고 한 바퀴 빙 돌아 바다 풍경을 머릿속에 담으며 감상에 젖었다.

격포, 위도, 장자도와 관리도, 황경도, 방축도, 명도, 말도 등 고군산 열도가 검푸른 바다 위에 촘촘하다. 바람 소리 소소하여 파도마저 잔잔한 은빛이다. 점점이 섬들이 이어나가고 파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아득하면서도 까마득하다. 큰 섬 옆에 작은 섬이 형제같이 의지하며 소곤댄다. 어떤 유명 화가라도 이 전경의 아름다움을 물감으로만은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앞에 펼쳐진 하늘 호수, 바다 정원, 아무리 생각해도 최고의 환상적 풍경이다. 조업을 팽개친 작은 어선 몇 척은 갈매기와 함께 파도를 즐긴다. 군산항을 떠난 거대한 수출선은 오늘도 쉬지 않고 바다를 질주한다. 찬란한 태양, 광활한 바다 앞에서 나는 왜소해진다. 통영의 사량도, 고흥의 팔영산에서 본 바다의 경치도 빼어났지만, 이곳 대각산 바다 전경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봉이다. 새만금이 우리에게 큰 희망을 주듯, 이곳 고군산은 우리가 찾는 국민 해상 관광지로 무한히 거듭나기를 바란다. 해상전망의 최고봉, 대각산 전망대에서 만끽한 바다 풍경은 두고두고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신팔복 수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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