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삶의 쉼표(,)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03일 15시06분

쉼표(,)

사전에 여러 풀이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같은 자격의 어구를 열거할 때 쉼표를 통해 어구들을 구분하며 읽을 때 호흡을 조절한다. 다만, 쉼표 없이도 열거 사항이 쉽게 드러날 때는 쉼표를 쓰지 않을 수 있다.’이다. 그러니까 쉼표는 글을 읽거나 쓸 때 호흡을 고르고 문맥의 흐름을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글 쓰는 사람의 주관적 견해로 쉬어갈 공백을 만드는 것이다.

쉼표 없는 문장은 호흡을 가쁘게 하고 글 전체의 의미를 파악할 여유를 주지 않고 계속 읽게 한다.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한 편의 글을 읽고도 글이 전하는 메시지를 전달받지 못한다.

우리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자신은 자기 인생을 쓰는 작가이다. 매일, 매 순간 어떤 상황과 일을 맞닥뜨리며 삶을 써간다. 하루하루 생활하는 것이지만 살아온 나이만큼 기록이 되고 자기만의 역사가 엮였다. 지금도 그 역사적 업적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앞만 보고 달린 끔찍한 일상이 아닌가. 자신도 모르게 경쟁사회의 일원이 되어 남들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싸워야 했고, 경제적 풍요를 위해 혹은 자신의 목표와 성공을 위해 투쟁적인 나날을 보낸 건 아닌가.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고 다들 가쁜 숨을 내쉬며 달리고 있으니 나도 달려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일상의 쉼표를 찍고 잠깐 숨을 고를 여유를 찾지 못하는 건 아닌가.

분명한 것은, 쉼표 없는 인생의 문장보다 일부러라도 가끔 찍는 쉼표가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인생의 문장을 풍요롭게 한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호흡을 고르는 쉼표로 하늘도 보고 주위도 보면서 시선을 돌려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지 않는 감초 농사를 시작하며 10년 동안 쉼(표)없이 달려왔다. ‘오직 매진’만이 답이라고 여겼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달리는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사업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내 삶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없다. 걱정은 미리 당겨서 했고, 없는 일도 만들어서 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초조함과 긴장감으로 하루하루를 채운 것이다. 돌이켜 보니 산에 올라 쉼표를 찍으며 눈을 들어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다. 하루쯤 맘껏 책 속 여행을 떠났으면 오늘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반나절쯤 낚싯대를 드리우고 생각에 잠기거나 후련하게 푸른 잔디에 샷을 날렸다면 지난날 내가 쓴 역사가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았을까.

일 년의 절반이 갔다. 7월의 시작 지점에서 잠깐 쉼표를 가끔 일상에서 쉼표를 찍으며 자기 삶의 공백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쉼표 없는 문장이 오히려 문장의 이해를 방해하고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삶에서 찍는 나름의 쉼표가 인생의 문장을 아름답게 한다.

/김태준(농업회사법인 케어팜 대표)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온누리]삶의 쉼표(,)

[경제와 미래]좋은 매너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사설] 하계올림픽 유치, 2027년까지가 '골든타임' 지켜야

[사설]동네 점방·만물 트럭 공영화, 빨리 추진해야

[온누리]세 편의 저항시

[온누리]스테이블코인

[메아리]이재명 정부 교육 공약 단상

[월요아침]석인성시(惜吝成屎)

[사설] 과도한 성과보여주기식 행정은 이제는 안돼

[사설] 지속되는 꿀벌 폐사 해마다 반복되다니

[전북의 창]스마트팜 성공을 위한 과제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특별한 동행' 도새마을부녀회, 백일홍회 간담회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전북동부지사, 폐 배터리 재활용 사회공헌활동

전주서원시니어클럽, 라온체육센터 1층에 카페 온 (cafe ON) 개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