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오늘의 길목]숲이 부르는 소리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03일 14시53분

몇주전 그린북클럽 이라는 독서모임을 통해 평소 존경하는 “나무를 대신해 말하기”의 저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가 제작한 특집 다큐멘터리 “숲이 부르는 소리”를 감상하면서 또 다른 희망과 꿈을 꾸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세계적인 식물학자이자 의학생화학자로 서양의 과학적 지식과 고대 세계의 전통적 개념을 결합하는 독특한 작업을 하고 있는 저자의 불우했던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를 나무와 숲이라는 사랑의 언어로 지구촌을 다독여 주는 보기드문 치유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이 진한 감동을 혼자 느끼기엔 너무 아쉬워 아주 소박한 필자의 연구소에서 강풍과 폭우속을 제치고 동참한 지성과 따뜻한 가슴을 소유한 독서동아리 회원들과 창밖의 다양한 나무와 저너머 고창읍성의 소나무 숲으로 우리들의 시선을 돌릴 때 임을 성찰하는 소중한 시간을 공유했다. 본영화가 시작 되기전의 멋진 메시지가 요동친다. “태양은 우리 태양계의 생명력이다. 광자에너지는 태양에 10만년 동안 갇혀 있다가 드디어 방출되면, 태양을 떠나 8분동안 여행한 후에, 지상의 나뭇잎에 닿는다. 잎에서 진화의 경이로움을 볼수 있다. 잎은 광자를 지구의 식량으로 바꾸어서 온갖 생명이 살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그 시작점에 나무가 있다. 다시 시선을 돌릴 때이다. 창밖의 나무와 저너머 숲으로”

오래전 필자가 고창읍성(일명 모양성)에 근무당시 빽빽하게 우거진 노송의 산림욕을 위해 매일 출근하시는 분이 계셨다. “소나무 숲 근처에 있거나 숲속을 걸을때 왜 이리 편안하고 기분이 좋은지 몰라” 하시던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왜 소나무숲에 들어오면 상쾌하고 기운이 샘솟는 걸까? 산림욕은 숲의 연무에 잠기는 것이라고, 화학적 이유가 있다고 대답해 준다. 대기에 떠 다니는 수증기 즉 연무에 치유능력이 있어 면역체계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고대 켈트인의 신앙을 담당했던 성직자 드루이드 의사들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늘푸른 나무인 소나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호흡을 원활히 하고 폐에서 감기와 독감의 독성을 제거하려면 소나무 숲을 산책하도록 했다. 감기나 독감에 걸린 사람에게는 우선 우유에 양파를, 가능하면 야생 양파를 넣어서 끓여 마시고 린넨 이불을 덮은채 만 하루 동안 땀을 내도록 했다. 그런 다음 기운이 돌아오면 소나무 숲을 걷도록 했다. 이러한 산림욕의 유용성이 최근 임상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소나무의 수관은 바늘잎으로 뒤덮혀 있는데 기온이 오르면 여기서 피넨이라는 생화학 물질이 담긴 대기중 미세입자 복합체가 생성된다.공중으로 떠오른 피넨은 좌선성 회전 ( 좌선성이란 왼쪽으로만 도는 연처럼 움직이는 성질이다)을 한다. 이런 형태의 분자는 피부와 폐 표면에서 쉽게 흡수되며, 인간의 면역체계를 향상한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 되었다. 20분 동안의 소나무 숲 산책으로 얻는 이로운 효과가 면역체계의 기억속에 30일 정도 보존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또한 나무에 트립토판-트립타민 경로가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나무도 우리뇌에 있는 것과 똑같은 화합물을 갖고 있다는 사실 즉 나무도 듣고 생각할 수 있는 신경능력을 갖고 있음으로 숲이 생각할수 있고 꿈도 꿀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과 혈액형에 상관없이 사용할수 있는 무기질 혈색소를 개발하여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주입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흐뭇해하던 저자의 기억, 숲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은 썩어가면서 땅속의 철분과 결합할 수 있는 풀브산이라는 부식산을 방출한다. 이렇게 산화한 철이 숲에서 강으로 흘러들어 철분이 부족한 바다와 만나면 식물성 프랑크톤의 성장이 촉진되어 먹이가 풍성해진다. 이 현상을 발견하기 전에 이를 결정적으로 암시하는 “물고기를 잡고 싶거든 나무를 심어라” 는 속담도 있었다. 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그저 자살행위에 그치지 않는 살생 행위 이기도 한 것임을 영화를 통해 일깨워 주었다. 고창읍성의 노송 산림욕과 맹종죽의 음이온, 고창 운곡람사르습지의 860여종 생물다양성의 생태숲길과 남한의 DMZ로 불리워지는 생태천국, 한국산 관속식물의 21.42%에 해당하는 898종류의 많은 식물종 서식으로 아름다운 식물터널의 숲길,동백숲, 사찰숲, 차숲등이 어우러져 있는 선운산, 35년 된 편백나무가 품어내는 피톤치드 고창 문수산 치유의 숲, 고창의 버팀목 방장산의 힐링 생태숲길등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약손처럼 오늘도 무료로 누구든지 이롭게 하는 약을 공평하게 나누어 주고 있다. 식물은 우리가 먹는 약품의 60%를 댓가없이 주고, 아스피린, 카페인, 항암치료제, 신약등으로 꺼져가는 생명력을 소생시키는 나무의 헌신과 숲의 지혜를 잠시 잊고 있지 않았나? 하는 반성에 겸허한 자세로 “고마워” 나무에게 말을 건네는 7월의 아침이다./안승현(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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