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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복지사각지대 ‘미등록 경로당’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6월 26일 14시45분

올 여름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울 것으로 기상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당장 며칠 후면 여름철 혹서기인 7월이 시작되고, 열대야 현상은 진즉 일어나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냉방 시설이 없는 미등록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등록 경로당은 실질적인 경로당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법적 시설요건 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제대로 된 경로당 관련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로당을 뜻한다. 따라서 냉·난방비 관련 지원금이 적거나 아예 없어 미등록 경로당의 어르신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온열질환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폭염 피해에 곧장 노출될 수도 있는 터라, 적극적인 지원 방안 검토가 촉구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 초 국무회의에서 미등록 경로당에 대한 대책 마련을 언급하고 정부가 제도개선에 나선다고 언론을 통해 공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피부로 느끼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총선 전략용으로 그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경로당으로 등록하려면 ▲회원 20명 이상(읍·면은 10명 이상) ▲ 남녀 분리 화장실 ▲ 거실·방 등 공용 공간 확보 ▲거실 면적 20㎡(6평) 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외진 마을에서 폐교 등을 리모델링해 사랑방처럼 쓰고 있는 곳들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미등록’ 상태로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미등록 경로당이 1,600곳을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 농어촌 지역에 있다. 단적으로 서울에는 9곳에 불과하지만 농도인 우리 전북엔 230곳, 전남엔 211곳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등록 경로당은 경로당이 없는 농촌마을에 자생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고령화·공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농촌에서 미등록 경로당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경로당 신규 설립 가능성은 낮은 반면에 간신히 기준을 맞춘 기존 경로당도 계속되는 회원 감소로 지위 유지가 위태로운게 현실이다.

이런 미등록 경로당은 법적 경로당과는 달리 양곡비와 냉난방비 등 모든 지원에서 배제돼 있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모여 겨우 방문할 만한 거리에 마련됐거나, 이미 노후화된 건축물인 탓에 더는 신고 경로당의 등록기준을 맞춰 개조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농어촌 지역의 미등록 경로당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나마 우리 전북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마다 특별 조례를 제정해 미등록 경로당 가운데 210곳은 냉·난방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조금은 위안이 된다.

지난 4월 총선 무렵, 여야가 경로당과 관련된 각종 총선 공약을 내놓으면서 어르신 표심 얻기 경쟁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경로당에 주 5일 식사 제공을, 국민의힘은 이를 단계적으로 7일로 확대한다는 맞불 공약을 내놨는데, 이 또한 양당의 총선 민심을 얻기 위한 반짝 공약은 아닌 지 지켜볼 일이다.

이런 미등록 경로당은 지방자치단체의 반쪽 지원금으로 버티거나 어르신들의 십시 일반으로 운영하고 있는 딱한 실정인데, 지금까지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것은 선진국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복지 자화상이다. 정책 당국은 모든 미등록 경로당을 대상으로 현재 등록 경로당과 동일한 지원을 당장 시행하기엔, 미등록 경로당의 난립 가능성과 예산 문제를 들어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복지부 또한 올해 안에 제도개선 방침을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지역 상황에 따라 기존 기준보다 완화된 조건을 적용하는 가칭 ‘준경로당’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책 당국의 고충은 십분 이해하지만, 당장 올 여름 역대급 혹서기의 미등록 경로당에 대한 대책은 화급한 일이다.

윤 대통령이 조속히 “경로당 기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여야의 경로당에 대한 총선 공약 이행 여부를 지켜보고 검증하는 것도 주권자인 우리 국민들의 몫이다. 어르신들은 광복이후 혼란기와 6.25 민족상잔의 비극 속에서도 대한민국을 산업대국, 민주주의 국가 대열로 올라서게한 국가 공로자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장기철(재경전북자치도민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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