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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쇼윈도에 갇힌 ‘농업’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6월 25일 15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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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 군더더기가 없다. 농촌과 농업을 적절히 담아낸 말. 그래서 울림이 쟁쟁하다. 사유의 강에서 건져 올린 파닥거리는 물고기다. 정돈된 아우라가 농업과 농촌의 ‘있었던 공간’과 ‘있는 공간’, ‘있을 공간’을 무한의 영역으로 끌어내고도 남는다.

생명은 ‘죽지 않음’이다. 미래는 ‘그치지 않을 현재’다. 그러니 모두가 ‘희망’을 노래하는 자의 필연적 조건이다. 죽지 않고 그치지 않을 노래를 부르는 것, 살아서 끝까지 노래를 부르는 곳... 그게 농업이고 농촌이다. 그래서 농촌에는 생명의 성찬이 별처럼 반짝인다. 사계절이 있고 그 사계절의 기운으로 꽃이 피고 싹이 튼다. 생명이 깨서 자라고 지친 생명이 대지에 기대어 잠든다. 수 만년, 수천 년 동안 농업은 자연의 결에 맡겨져 뭇 생명을 키워왔다.

농업과 농촌이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이전과는 다른 시각과 접근이다. 같은 ‘생명의 창고’이지만 결이 다르다. 보다 ‘근원적’인 접근보다는 ‘산업적’, ‘상업적’ 접근에 더 가깝다. “2050년이면 세계인구 100억, 농업환경은 현재보다 열악”이라는 전제가 바닥에 깔렸다. 턱 밑까지 차오른 위험을 방어하려는 의도가 우선한다. 새로운 생산지를 찾고 생산성 높은 농법 연구에 골몰한다. 인류를 구원할 생명의 방주를 만들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된다. 권력과 패권이 된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1960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던 인구, 곡물생산량, 곡물생산성이 2050년에는 기후 위기로 인구만 증가하고 나머지는 감소할 것으로 본다. 특히 옥수수는 2000년 대비 24%, 밀 3%, 쌀 11%가 줄 것으로 전망한다. 식량난은 부정할 수 없다. 세계적인 곡창지대의 생산 기반이 이미 훼손되었다.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불규칙한 건기와 우기에다 매년 ‘극값’을 갈아치우고 있다. 기후 ‘난장판’이 펼쳐질 참이다.

그린피스는 2030년이면 대한민국 남서해안이 침수되고 기후 난민 330만 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북극과 남극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그 정도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서해안 평야지대는 대체적으로 해발 5m 내외이다. 그러니 고조기에는 바닷물의 범람에 속수무책일 수 있다. 부산, 인천 등 도시 일부 침수되고 남서해안 대부분 농경지가 침수되고.

전북특별자치도 상황은 어떨까? 고창, 부안, 김제 군산 해안부터 잠긴다. 심각한 것은 부안, 김제, 익산, 군산 등 우리나라 제1의 곡창지대가 무차별 공격을 받는다. 그린피스 시뮬레이션 영상을 보면 정읍까지 바닷물로 침수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부안 이남으로, 군산 이북으로 해안선을 따라 새만금 방조제 높이만큼 둑을 쌓아야 맞다. 30여 년간 논란의 중심에 있던 새만금 방조제가 ‘생명의 보루’로 떠오른다. 농지를 만들기 위한 방조제가 바닷물의 범람을 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몇 년 남지 않았다. 조만간 우리는 참으로 이례적인 상황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과연 우리는 안녕할까.

유사시든 아니든 ‘농업은 생명이고 농촌은 미래’다. 평화와 전쟁, 기후 위기, 대흉작.... 농업이 감당할 일이다. 우리의 끼니는 농업에서 나온다. 그러니 농업이 없는 내일을 상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막연하다. 부족하면 반도체 먹고 그래도 부족하면 자동차 먹을지언정 ‘다가올 날’을 대비하지 않는다. ‘괜한 걱정’으로 치부한다.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될 일로 여긴다. ‘돈’으로 ‘과학’으로 때우면 될 일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생명인 농업을 쇼윈도에 가둬버렸다. ‘중요하다’고만한다. ‘앞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기우’와 ‘현란한 수사’로 박제한 농업을 쇼윈도에 전시했을 뿐이다. 그 뒤에서 생활 물가를 핑계로 서둘러 수입의 빗장을 연다. 언제나 농업은 후순위다. 예산도 인력도 더 챙길 일들에 밀려 진즉부터 쇼윈도에 폼나게 고박되었다. ‘농업은 생명’, ‘알아!’, ‘근데 어쩌라고’. ‘기다려! 어련히 알아서 꺼내줄까...’. 농촌마저 갇히지 않길...

/신동우(군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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