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지역의 재발견]힙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판소리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6월 25일 15시17분

#1. 이야기로 시작된다.

오늘도 우리의 삶은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는 그 시간까지 ‘나만의 스토리’는 진행된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라는 24시간은 단순한 시간의 단위가 아니라, 우리 삶의 기본 단위이며,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창의적인 순간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야기에 둘러싸여 있다. 어머니의 자장가, 할머니의 동화, 아버지의 전설..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성장해 간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단순한 꺼리가 아닌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천일야화에서도 보듯이 이야기를 잘하면 사람의 목숨까지 살릴 수 있다. 이야기는 세상을 이해하고,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공감을 형성한다. 특히 소설이나 영화, 공연 등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인간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행위 ‘스토리텔링’은 우리의 일상적인 행위인 동시에 영화, 드라마, 소설, 연극, 공연에서도 ‘스토리의 힘’, ‘스토리텔링의 기법’은 중요하다.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관객을 사로잡고, 감동시키고,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2. 판소리

우리 무형유산 중에서도 ‘스토리텔링’과 서로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종목이 있다. 바로 ‘판소리’다.

소리꾼과 고수, 관중의 추임새를 통해 한데 어우러지는 판의 소리 ‘판소리’는 우리 민중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해 오면서 지역과 계층을 초월해 모든 이의 사랑을 받아왔고, 이런 오랜 세월동안 우리 민족의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우려내왔다. 소리꾼은 이야기의 내용에 따라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생생하게 표현해낸다. 구전으로 전승되어 온 이야기는 다양한 변형을 거치면서 풍부해지고, 소리꾼은 기본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즉흥적으로 창작을 가미해 관객들을 웃기기도 울리기도 한다. 관객들은 소리에 맞춰 추임새를 넣고, 소리꾼은 관객의 반응을 살피며 이야기의 속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내용을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하는 소통의 예술이자 이야기의 음악이다. 이 판소리가 지닌 스토리텔링과 문화적 가치, 예술성 등을 일찌감치 인정받아 국가무형유산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은 “인간의 창조적 재능의 걸작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문화사회의 전통에 근거한 구전 및 무형유산으로 언어, 문학, 음악, 춤, 놀이, 신화, 습관 등 다양한 예술 형태로 표현된 것”을 일컫는다. 또한 “역사, 예술, 민족, 인류학, 언어학, 문학적 관점에서 뛰어난 가치가 있는 대중적이고 전통적인 문화적 표현일 것”을 제시하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이후 판소리 종목의 스토리는 다양한 표현과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세계무대에 보다 많이 진출해 한국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하고 있고, 현대 음악,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활용되어 새로운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힙한 콘텐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3. 힙하게 판소리

판소리는 일찌감치 힙한 조건을 다 갖췄다. 전통적인 판소리의 장단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비트와 리듬을 가미해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대표적인 예가 1995년 안숙선 명창과 김덕수 명인, 세계적인 재즈그룹 레드선 등과 함께 작업한 ‘rabbit story(토끼 이야기)’다. ‘rabbt story’는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가 수궁에서 도망치기 위해 꾀를 내는 대목’을 힙하게 구성한 음악이다. 1995년 당시에도 이 음악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현재에도 이 ‘토끼 이야기’를 들은 젊은 친구들은 ‘판소리 랩(rab)’과 재즈와 판소리의 절묘하고 오묘한 어우러짐이 ‘넋이 나갈 정도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힙하다.’ 요즘 가장 트렌디하고 유행어로 자리 잡은 표현이다. ‘힙하다’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기본적인 의미 외에 사람들이 많이 쓰는 의미로는 ‘개성 있고 독특한 것,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사람, 흔하지 않은 취미를 가진 사람, 독특한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 등에게 또는 ‘매력적이고 멋진 것’에 ‘힙하다’고 이야기한다. 판소리만큼 힙한 장르가 어디 있을까 싶다. 즉흥성에 강하고, 분위기에 맞는 개사도 가능하며, 정통성에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기도 하고, 젊은 감각의 가사를 사용해 현재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현재의 이야기, 현대의 음악을 하는 판소리를 이제는 힙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 /하윤아(국립무형유산원 공연 PD)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지역의 재발견]힙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판소리

[온누리]한 생명을 지키는 것은 위대한 기술이 아닌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사설]제2 공공기관 유치, 도내 정치권 이견조율부터

[전북의 창]스마트팜 성공을 위한 과제

[사설] 도민 조업권 보호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온누리]화란춘성(化爛春盛) 만화방창(萬化方暢) 사회봉사 이야기

[오늘의 길목]새 정부에 바란다

[생의 한가운데]‘힘들고 어려운 날이 또 오더라도, 러브하오!’

[사설] 지역 화폐, 공약 선제적 대응해야

[사설]대선 공약, 국정 과제화 관철해야

[달그락달그락] “사교육 없이 학교공부만으로 충분할까?”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특별한 동행' 도새마을부녀회, 백일홍회 간담회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전북동부지사, 폐 배터리 재활용 사회공헌활동

전주서원시니어클럽, 라온체육센터 1층에 카페 온 (cafe ON) 개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