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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깊은 상흔을 보듬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5월 23일 14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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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세상에 없는 사람-80년 오월을 거쳐 간 어느 시민의 이야기(지은이 오성인, 펴낸 곳 걷는사람)'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44주기를 맞는 이즈음에 저자는 끊임없이 왜 ‘오월’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어째서 광주를 말할 수밖에 없는지 지난 시집에서 차마 다 꺼내지 못했던 사연을 밝힌다.

1980년 봄, 상병으로 군대에 복무하던 지은이의 아버지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박달나무 방망이를 만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방망이가 5·18 때 시민을 제압하는 계엄군의 ‘충정봉’으로 쓰였음을 알게 되어 큰 충격에 휩싸인다. 제대 후 대학생으로 돌아갔지만 더 이상 그는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었다. 자신이 아끼던 친구와 선후배 들이 계엄군으로부터 당한 상처를 보며 자신이 곧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는 끊임없이 “나가 죽었어야 했는디… 나가!”라고 절규했다. 국가폭력에 동조했다는 죄책감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고, 그는 지금까지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독에 가둔 채로 살고 있다.

시인은 이 책의 말미에 이렇게 적는다.“이 글은 곧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짐이자 충정봉을 만들어 계엄군 손에 쥐여 준 가해자의 자식으로서 광주와 오월 영령들께 드리는 속죄다”

이 하나의 사연을 놓고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1980년대, 거대한 독재정권의 폭력 아래에서 수많은 시민과 학생과 군인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었다. 비단 80년대만이 아니다.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는 수많은 무고한 사람의 생명과 영혼을 앗아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월의 깊은 상흔을 보듬고, 평화를 염원한 광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확장하려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다. 오성인 시인은 출간을 앞두고 “이 책이 어떤 도화선이 되어 발포 명령자 등 여전히 지지부진한 오월의 진실이 밝혀지고, 가해자들의 사죄가 이루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 글은 거창한 역사 기록도 아니고 흥미진진한 소설은 더더군다나 아닌, 그저 내 아버지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동시에 세상 모든 우리네 아버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광주 5·18이 크고 넓은 강의 본류라면, 이 이야기는 본류 주변에 형성되어 흐르고 있는 자잘한 지류라고 할 수 있다. 사소하고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이 어떻게 역사로 편입되는지 이야기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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