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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학교 숲은 학교의 역사이자 품격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14일 14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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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숲은 학교의 역사요 품격이다. 학교의 전통은 학교에 제법 수령이 있는 나무나 학교 경관에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학교 정원은 학생과 구성원의 정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계절에 따라 꽃을 정성 들여 학교 주변을 가꾼다.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학교 공간에 다양한 자연을 보는 것은 행복한 학교생활이기도 하다. 봄이 되어 학교에 벚꽃이 피면 학급 단체 사진을 찍는다. 활짝 웃는 모습은 그지없이 멋지다. 몇몇이 기념사진도 찍는다. 가을에 예쁜 단풍나무 아래에서도 사진을 찍는다. 겨울은 겨울대로 눈 쌓인 나무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다. 추억이 된다. 교지와 앨범 속에 남아 역사가 된다. 수많은 학교에 학교 숲 조성 작업을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도 지역주민도 학교 숲을 함께 공유하기 위함이다.

학교 현장에서 민원 또는 구성원의 생각에 따라 수령이 제법 큰 나무들이 볼썽사납게 가지치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수형을 잘 잡아 아름답게 만들고픈 마음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하면서 나무를 죽이기까지 한다. 문제는 실수로 한두 그루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10여 그루를 고사 시키는 것이다. 학교 나무 가지치기 작업은 정작 학교에서 생활하는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느날 출근해서 보면 싹둑싹둑 잘려진 나무를 보면서 가지치기 작업이 이루어졌음을 알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지치기 작업은 업체에 맡겨 진행한다. 그리고 가지치기 작업이 학생 수업에 지장을 준다고 하여 방학이나 휴일에 이루어지면서 제대로 관리 감독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학교숲과 더불어 학교 전체 경관을 엉망으로 만든다.

작년 12월에 통과된 ‘도시 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도시 숲 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었다. 개정된 법은 도시 숲 등에 관한 기본 계획에 우수한 자연경관을 조성하고 보전하는 것은 물론 관리 기술과 활용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가로수 전정(가지치기)을 과도하게 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은 해마다 가로수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로수 가지치기를 할 때는 지역민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가로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가로수 가지치기에 대한 주민, 시민단체의 심의를 의무화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여기에 나아가 학교에서도 가지치기할 때 반드시 학교 구성원의 심의를 거치도록 제도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무는 생명력이 강하다. 꽃, 잎사귀, 가지를 꺾어도 죽지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학교에서 과도한 가지치기하여 나무를 고사시키는 일이 자주 목격된다. 한순간에 학교의 역사를 없애는 것과 다름없다. 식물학자 신혜우에 의하면 완전히 나무를 죽이는 방법으로 거들링(Girdling) 또는 프릴링(Frilling)이 있다. 나무 기둥에서 살아있는 조직인 체관부, 형성층, 물관부까지 세 겹의 조직을 제거하거나 흐름을 끊는 방법이다. 세 겹의 살아있는 조직은 가장자리, 즉 나무껍질 가까이 분포한다. 바깥쪽에서 그 조직들을 링 모양으로 벗겨내거나(거들링) 흐름을 끊어(프릴링) 물과 양분이 위아래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한다. 몇 해가 지나야 죽는다. 이렇게 나무는 쉽게 죽지 않는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학교는 수목을 지나치게 가지치기해서 나무를 쉽게 고사시키고 있다. 이런 일이 학교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순간 학교의 역사를 없애고 볼품 사나운 나무 만드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거듭 제대로 된 학교 수목 관리를 촉구한다. 학교 숲은 학교의 역사이자 품격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이상훈(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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