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월요아침]물극필반(物極必反)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원위치로 되돌아온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14일 14시17분

우리 속담에 ‘달도 차면 기운다’라는 말이 있다. 가득 차면 손실이 있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가득 찬다는 것은 풍요로움을 말한다. 그러나 너무 가득 차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달은 차면 기울고, 다 기울면 다시 차기 시작한다. 이와 같은 세상의 변화 이치가 음양오행론이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은 음양의 변화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달은 겉보기만 보면 차고 기우는 것 같지만, 실제는 달은 가만히 있고 지구와 달의 자전과 공전 움직임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해가 뜨는 것이 아니라, 해는 가만히 있고 지구가 돌면서 해가 뜨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런 지동설이 정설로 확인된 지 4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해가 뜬다고 여긴다.

중국 역사상 여자로서, 황제가 된 유일한 사람은 당나라 때의 측천무후(則天武后)로 불리는 무조(武照)였다. 당나라 3대 황제였던 고종이 죽고 나이 어린 중종이 즉위하자 측천무후가 섭정을 시작했다. 그녀는 중종이 직접 정치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섭정의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이에 소안환이라는 대신이 상소를 올려 간언했다.

상소에는 “이제 태자를 생각해 보면 나이가 적지 않고 재덕도 갖추고 있는데, 폐하께서는 황제의 보위를 탐하여 모자지간의 정을 잊고 계십니다. ······ 무슨 얼굴로 당 왕조의 종묘를 뵐 것이며, 무슨 고명으로 대제의 능묘를 알현할 것입니까? 신이 알기로는 하늘의 뜻과 백성의 마음은 모두 당나라 황실 이씨(李氏)에게 돌아갔습니다. ······ 모든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고(物極必反), 그릇도 가득 차면 넘친다는(器滿卽傾) 도리를 모르고 계십니다. 옛말에 마땅히 끊어야 할 때 끊지 않으면 그 혼란을 입게 됩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무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황제의 권위를 행사하려는 중종을 폐위시켜 버렸다. 그리고 막내아들을 황제의 자리에 앉혔다가 그마저 폐위시킨 다음 자신이 직접 황제에 올라 15년 동안 통치했다.

황제에 오른 뒤에 무후는 이(李)씨 왕조를 무(武)씨 왕조로 바꾸고, 나라 이름을 ‘당(唐’)에서 ‘주(周)’로 고쳤다. 그러나 그녀의 무도함에 신하 장간지가 이끄는 친위군 500명에 의해 폐위되고 말았다. 그 누구도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세상 이치를 비켜 갈 수 없음을 보여 주었다.

여기서 나온 게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사자성어다. 물극필반(物:사물 물, 極:다할 극, 必:반드시 필, 反:돌아올 반)은 중국 ‘당서’에 실려 있다. ‘모든 사물은 극에 달하면 반드시 원위치로 되돌아 온다’는 원리로 자연과 인간사에서 볼 수 있다.

사계절의 변화가 그렇다. 생로병사의 인생도 물극필반이라는 필연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젊은 나이에 사업에 크게 성공 주목을 받았다가 자만에 빠져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사람들도 많고, 무소불위의 권력자들도 결국에는 권력을 잃는다. 쟁쟁하던 세계적 회사들이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판단 착오로 허망하게 망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궁극적으로 물극필반은 성공할수록 더욱 겸손하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 것을 가르친다. 지구상의 수많은 나라들의 흥망성쇠로 점철된 세계 역사는 물극필반의 끝없는 반복이며 항상 인류에게 고통을 주었다.

산에 올라 정상에 오르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 것처럼 권력도 언젠가는 몰락하게 되어 있다. 이게 바로 ‘물극필반’의 원리다. 그러므로 권력을 잡게 되면 물러난 뒤를 생각해야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 아니던가.

이는 지난 정부나 현 정부 어느 정부든 예외가 없다. 권력과 부가 흥할 때 자신을 경계하라는 지적이다. 인생사를 보면 이를 지키지 못해 불행해지는 경우를 흔하게 봐왔다. 물극필반! 그러고 보면 사람의 일이든 자연 현상이든 물극필반의 이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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