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후위기 시대, 기상청의 역할

기사 작성: 양정선 - 2024년 03월 20일 14시00분

최근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음식을 포장할 때 개인 컵과 다회용기를 사용하거나 샴푸나 액체 세제 대신 고체 형태의 제품 이용, 채식 위주의 식단 실천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들은 환경 보호에 일조했다는 뿌듯함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익숙해진다면 전보다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실속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예를 들어 일회용품 사용량이 줄어 쓰레기를 버리는 수고로움이 줄고, 탄소중립포인트제 등을 활용하여 소소한 용돈도 벌 수 있다.

이러한 행동들은 개인 차원에서 누구나 쉽게 동참할 수 있는 ‘기후행동’이다. 기후행동이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정부·사회의 모든 노력을 말한다. 개인의 생활 속 실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과 기후변화의 대응 방안 마련, 기업의 재생에너지 활용, 학계의 기후변화 전문가 양성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행동에 앞장서고 있는데, 국제연합(UN)의 기상 분야 특화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올해 세계 기상의 날 주제를 ‘기후행동의 최전선에서(At the frontline of climate action)’로 정하였다. 세계 기상의 날을 맞이하여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기후행동을 다짐하며 실천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이다.

지금 우리에게 기후행동이 필요한 이유는 지난해 3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8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종합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의 표면 온도가 산업화(1850~1900년) 이전보다 현재(2011~2020년) 1.1℃ 상승하였다. 보고서는 온난화의 심화를 막고 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고 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적응 행동과 완화 행동을 통합한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과학기술, 산업, 시민의 참여와 효과적인 정치적 의사결정 등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상청도 올해 정책 목표를 ‘일상으로 다가온 기후위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로 정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감시와 예측 기반을 견고히 하여 신뢰도 높은 과학정보의 생산과 활용, 상세한 기후변화 예측정보 제공, 기후위기 종합 감시와 분석 역량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일관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국가 기후변화 시나리오의 표준을 정립할 것이다. 그리고 농업산림·보건·방재 등의 분야에서 기후변화 영향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응용지수를 산출하고, 원하는 지역의 기후변화 추세와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후변화 상황지도를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하여 기상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지정된 기후위기 감시 및 예측에 관한 업무를 총괄・지원하는 기관으로서, 작년 10월에 해양수산부와 함께 ‘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기후변화감시예측법)’을 제정하여 기후 업무 수행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기후와 기후변화 감시, 예측 등 과학적 정보의 생산·제공과 공동 활용을 통해 기후위기 관련 대책을 지원하고, 대국민 지식보급과 이해확산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셈이다.

이를 토대로 기상청은 국민과 기업, 학계 등이 올바른 방향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기후위기 속에서 예보를 생산함에 있어 과학적 근거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기상청장 유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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