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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라마단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17일 14시27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전쟁이 라마단을 기점으로 휴전에 들 것처럼 보이다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더 참혹해지는 분위기이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금식 성월이다. 태음력인 이슬람력 제9월로 아랍어로 ‘무더운 달’을 뜻한다.

이 기간은 무함마드 사도가 쿠란을 계시받은 신성한 달이기에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하고, 매일 5번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 올해 라마단은 3월 10일부터 4월 8일까지이다. 이슬람력은 순태음력으로 우리 음력에 두는 윤달이 없기에 한 해에 두 번 라마단을 맞는 경우도 있다.

라마단은 신앙고백인 사하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종교세인 자카트, 성지순례인 하지, 기도인 쌀라트와 함께 이슬람을 지탱하는 5대 의무 중 하나이다. 이 기간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무조건 금식이다. 예외는 있다. 노인이나 환자, 임산부와 산모 등 금식으로 위험 처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제외된다. 전쟁의 군인이나 올림픽과 같은 경기 참여 선수는 먹어도 된다.

금식뿐 아니라 흡연이나 성관계도 금해야 한다. 금식은 긍휼과 수도가 목적이다. 굶주림을 체험한 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매년 자기 소득의 2.5%를 의무적으로 기부해야 한다. 구빈세인 자카트를 모스크, 교육(자선)기관, 이슬람 재무성 등에 납부한다. 또 알라에 대한 믿음을 스스로 시험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 기간 규율을 잘 지켜야 진정한 이슬람인이다.

고통만이 아닌 축제이기도 하다. 낮에는 굶지만 밤이 되면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이웃과 나눈다. 저녁에 너무 많이 먹기에 비만이 오기도 하고, 반면 비만인들은 다이어트에 도전하기도 하니 아이러니이다. 주로 밤에 활동하기에 텔레비전 시청율이 높아서 한국 드라마 등 고급 콘텐츠를 방영한다. 광고료가 높아 이 기간에만 운영하는 TV도 있다고 한다.

라마단 하순에 ‘라일라 툴 카드르’라는 권능의 밤이 있다고 이슬람인들은 믿고 있다. 무함마드가 쿠란을 처음 계시받은 밤으로 여긴다. ‘권능의 밤은 천 개월보다 더 낫다’라는 쿠란 구절처럼 그 밤에 예배는 천 개월보다 영험하다는 것이다. 이달 29일부터가 라마다의 하순이니 4월 8일 안에 들어있다고 믿고 있다.

금식 기간인 라마단, 그러나 이슬람을 믿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매일 수십 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는다. 이스라엘이 구호품을 막고 있어서이다. 금식으로 긍휼을 실천하려는 이슬람의 기둥인 라마단, 그러나 연일 폭격과 굶주림 속에서 이 기간을 맞고 있을 가자지구 이슬람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들의 권능의 밤에 올리는 기도가 종전의 기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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