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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수적천석(水滴穿石)

“작은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엔 돌에 구멍을 뚫는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17일 14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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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천석(水滴穿石)은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이다. 한자는 물 수(水), 물방울 적(滴), 뚫을 천(穿), 돌 석(石)자를 쓴다. 작은 노력이라도 끊임없이 계속하면 큰일을 해낼 수 있음을 비유한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우리 속담과 같은 의미이다.



수적천석은 중국 남송 때 학자인 나대경의 학림옥로(鶴林玉露)에 나오는 말이다. 그 당시 장괴애라는 현령(縣令)이 북송 숭양현에서 재직하고 있을 때 일이다. 숭향현은 도둑질이 만연해 있어 관아의 창고에 있는 물건까지 자주 도난당했다. 하루는 장괴애가 관아 이곳저곳을 순찰하는 중에 하급 관리가 창고에서 나와 황급히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장괴애가 심문을 해보니 상투 속에서 엽전 한 닢이 나온 것이다. 그 엽전은 창고에서 훔친 것이 분명했다. 그 하급 관리에게 여죄를 추궁하며 형리를 시켜 곤장을 치게 했다. 그러자 “겨우 엽전 한 닢 훔친 게 뭐가 그리 큰 잘못된 일이냐”며 항변했다.



이에 장괴애는 판결문에 이렇게 적었다. ‘일일일전 천일천전(一日一錢 千日千錢)이요. 승거목단 수적천석(繩鋸木斷 水滴穿石)’이라. 풀이하자면 ‘하루에 1전이면 천일엔 천전이요, 먹줄에 쓸려 나무가 잘려 나가고, 물방울이 돌에 떨어져 구멍이 뚫린다.’라고. 이 고사에는 ‘잘못된 행실이 모이면 큰 재앙을 부르게 되며, 이러한 결과를 낳지 않기 위해서는 초기에 싹을 잘라버려야 뒤탈이 없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수적천석은 일관된 끈기와 인내가 결국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조차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작은 물방울이 연속적으로 돌에 떨어지면 처음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움푹하게 패인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물방울은 결국 돌을 뚫고 만다. 이처럼 수적천석은 지속적인 노력과 인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사회적 성공이나 개인적 목표 달성, 심지어는 신체적 능력 향상에도 이 말을 사용한다. 즉, 인생에서 도전에 대한 의지와 결단력 그리고 특히 장기적인 목표나 어려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려운 문제를 마주할 때나, 장기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수적천석’이라는 말은 큰 희망과 격려가 될 수 있다.



요즘처럼 삶이 힘들수록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쇼도 “성공한 사람은 힘차게 일어나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찾는다. 그리고 그런 환경을 찾을 수 없다면 직접 만든다”고 했다. 그렇다. 포기하지만 않고 인생 끝까지 당당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 또 기회는 반드시 주어진다.



수적천석의 정신은 어려운 공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국가고시인 의사고시를 비롯하여 변리사, 변호사, 5급 국가공채시험, 공인회계사, 세무사, 기술사, 건축사 등 적게는 2~3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공부해야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다.



이들 시험을 준비하려면 책과 잠, 시간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각종 모임이나 사회생활도 접어야 한다. 그만큼 어려운 시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적천석은 끊임없는 노력과 정성을 다해야 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열자(列子)에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어리석은 노인이 결국 산을 옮긴다’와 당나라 시선이라 불리는 이백(李白)의 학문 지침인 마부작침(磨斧作針)으로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도 같은 맥락이다.



무슨 일이든 중도에 포기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깊이 우물을 팠는데도 물이 나오지 않아 덮어버린다면 우물을 파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인들은 빨리 빨리를 좋아한다. 그러나 작지만 한 걸음 한 걸음씩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걸어간다면 언젠가는 시간은 더디더라도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이러한 교훈이 작은 물방울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바위도 뚫는다는 ‘수적천석’인 것이다.

/이태현 (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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