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마음 허기까지 채워주는 3,000원 밥집 ‘청년식탁 사잇길’

문 열고 1년...청년 문화·치유공간으로 자리매김
지난달부터 2,000원 아침밥 제공 시작

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03월 11일 17시22분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씨앗이 싹 트는 과정일 뿐이죠”

전북대 인근 밥집 ‘청년식탁 사잇길’은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청년들에게 위로를 주고 최소한 밥은 굶게 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준비 단계부터 ‘불가능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으면서도 운영을 이어오길 1년. 11일 찾은 사잇길은 그 사이 더 화사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사잇길은 김치찌개를 3,000원에 팔아 주목을 받았다.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이 나쁜 청년들로부터 각광 받았다. 청년 허기를 채워주기 위한 3,000원 김치찌개는 올해에도 계속된다.

지난달 말부터는 아침 식사 제공도 시작했다. 입장료 2,000원을 받고 토스트, 샐러드, 국밥, 반찬 등을 뷔페 형식으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아직 방문객은 많지 않지만 점차 입소문이 퍼져나가는 상황. 김 신부는 “청년들의 결식을 해결하고 더 많은 이들이 공간을 편안하게 활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사잇길의 싼 식사에는 몸의 허기뿐 아니라 마음의 허기도 채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김회인 신부는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며 “청년들이 위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둔청년, 가족돌봄청년, 자립준비청년 등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이 사잇길에서 마음의 허기를 채워갔다.

사잇길은 청년근로사업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사업에 참여한 가족돌봄청년 2가정은 여전히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은둔청년이 식사를 해결하러 왔다가 공동체의 돌봄을 받게 되는 일도 있었다. 한 청년은 이곳을 매개로 도움을 받게 돼 오랫동안 앓은 질병을 치료하기도 했다.

올해 사잇길은 청년들의 마음을 위로할 각종 문화‧치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공방의 전문가와 청년을 이어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치유 걷기 사업의 기존 커뮤니티를 사잇길을 방문한 청년들과 연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오픈 초기부터 진행한 영화 관련 프로그램은 올해에도 꾸준히 진행된다. 매달 독립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며 23일에도 관련 행사가 마련됐다. 가을에는 사잇길 청년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관객과의 시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신부는 “사잇길 공간의 목적은 모든 세대가 어우러지는 것”이라며 “청년뿐 아니라 여러 연령, 어느 계층이건 이곳을 찾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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