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07월14일 17:56 회원가입 Log in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IMG-LOGO

[아침발걸음]전임(前任)의 허물을 들춰내지 말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11일 14시27분

IMG
황희(黃喜)는 조선 초기에 18년간 영의정으로 봉직한 명재상으로 알려진 분이다. 그는 영의정으로 재임하면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할 뿐, 결코 기존의 정책을 바꾸거나 개혁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대요(大要)를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장의 실정에 불합치한 부분적으로 고쳐 시행하였다.

사관(史官)은 이러한 그에 대하여 『조선왕조실록』에 이같은 기록을 남겼다. “그는 일을 의논할 적에는 정대하여 큰 요체를 보존하기에 힘쓰고 번거롭게 변경하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였다.”고 평했다. 그는 정책에 있어서 대체로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하였다. 당시 그의 이러한 능력이 세종대왕에게 절실히 필요하였다. 세종은 스스로 독창적인 주장을 내기도 했다. 세종은 가능한 모든 논점을 검토한 뒤 정책을 결정했기 때문에 물론 정책의 완성도는 높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리한 정책도 종종 나왔다. 또 간혹 온갖 주장이 난립하여 심의가 길어지기도 하였다. 어느 때는 쟁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잃기도 하였다. 이럴 때마다 황희는 대국적으로 주장을 정리하고 가장 현실적인 시행 방안을 내어 정책을 조율했다. 세종이 자기의 삶이 끝마치는 날까지 황희를 곁에 두었다. 1449년(세종 31) 그가 모든 벼슬에서 물러나기까지 18년간 영의정에 있으면서 세종을 훌륭히 보좌하여 농업, 예법, 군사, 법률 등 각종 국정에서 세종의 좋은 정치 고문이자 명재상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벼슬살이만 73년을 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새로 부임한 목민관에게 전임자의 허물을 들추어 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정약용은 새로 부임한 수령이 전임자의 허물을 들춰내는 데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매양 보면 앞 수령이 했던 일을 일일이 뒤집어서 마치 큰 추위 뒤에 따뜻한 봄이 온 것처럼 자처해서 혁혁한 자기 명예를 얻으려고 한다. 이것은 결코 목민관으로서 임무 교대의 참된 도리가 아니다.”라고 꾸짖듯이 말하였다.

정약용에 말에 따르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목민관 임무 교대를 잘못해서 원수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였다. “후임자는 전임자의 잘못을 덮어주고 서운한 마음을 달래는 데 십분 진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전임자의 비리, 공금횡령이나 고을 창고를 축낸 사실을 발견하더라도 그것을 들춰내기보다는 그 사실을 전임자에게 조용히 알려 스스로 배상해 채워 넣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 숙종 대의 문신 정지화(鄭知和)는 전임자를 찬양하여 유명하다. 그가 경기도 광주(廣州) 부윤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었다. 그의 전임자는 뇌물을 받은 일로 이미 감옥에 갇혀 있었다. 정지화는 그 사건의 조사를 맡아 여러 서류를 살피다가 한 가지 일이라도 전임자가 잘한 게 있으면 기쁜 표정으로 “혹시 이것으로 전임자의 죄를 경감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실제로 후임 정지화의 적극적인 변론으로 전임자의 죄가 한 등급 감해졌다.

전임자의 잘못을 덮어주고 잘한 점을 칭찬하는 것은 비단 후임자의 후덕함을 보이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국리민복을 위한 일이다. 전임자는 후임자에게 괜히 서운한 마음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것은 마치 옛적에 전처(前妻)가 후처(後妻)를 괜히 미워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만약 후임자의 이름이 빛나고 게다가 전임자의 허물을 들춰내기 시작하면, 전임자와 그를 따랐던 사람들에게서 원망하는 마음이 싹튼다. 그로부터 화(禍)가 생기고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는 게 정약용의 경험담이다. 정약용, 그가 지역 행정을 맡았을 때, 될 만한 일이 중간에서 가로막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진 적이 있었다. 그 배경을 살펴보니, 전임자 지지 세력들의 견제와 훼방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근래에 정부는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세계잼버리대회 실패, 최근의 경제 침체, 전세사기 문제, 마약 문제 등도 모두 전임 정부의 탓으로 돌린다. 스스로 책임지는 일이 없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승계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전임자의 허물 들춰내는 것을 당연시하고, 심각한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그들 탓으로 돌리면서 자기 책임을 회피한다. 새로 임무를 시작한 국가 지도자나 기관장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가급적 늦지 않은 시기에 전임자를 만나 진행되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분외의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주 만나 대화하면 전임과 후임 사이에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유지되고, 좋은 정책이 시행되어 국민에게 큰 혜택이 돌아오는 법이다. /유종국(전 전북과학대 교수)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Leave a Comment


카카오톡 로그인을 통해 댓글쓰기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