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금요수필] 태극기 사랑

정남숙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3월 07일 12시57분

오늘은 105번째 맞는 3.1절이다. 아침 일찍 태극기를 달았다. 며칠 동안 주적주적 비가 내리더니, 아침 일찍 태극기를 게양하려 문을 여니 날씨가 쾌청하다. 힘차게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다 이웃을 살펴보니 태극기가 보이질 않는다.

서울에서 활동할 때, ‘태극기 달기 운동’으로 태극기 보급 사업을 벌였다. 자체적으로 태극기를 제작하여 구 지역 아파트 전 세대에 무료로 나눠주며,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도록 장려하는 사업이었다. 힘은 들었어도 태극기가 하늘 높이 펄럭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삼일절 100주년 기념을 위한 태극기 특별전에 나는 귀한 태극기를 만날 수 있었다. ‘진관사 태극기’였다. 진관사 태극기는 서울 북한산에 있는 진관사에서 지난 2009년 발견된 태극기다. 6·25전쟁 당시 사찰 전체가 불타던 중, 남겨진 칠성각의 해체 보수 과정에서, 벽 속에 감춰진 보따리 안에 독립신문, 자유신종보, 일제에 대한 경고문 등, 독립운동에 관련된 귀한 자료, 6종 21점과 함께 태극기가 있었는데, 바로 이 태극기를 진관사 태극기라 했다. 이 진관사 태극기는 일장기 바탕 위에 검은색 안료로 태극 문양과 4괘를 그려 넣어, 1919년 3.1운동 당시 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몇 해 전, 대통령이 삼일절기념 행사장 입장할 때 앞세우기도 했던 태극기다. 이외에도 국권 회복과 조국광복을 위해 단합된 힘을 태극기에 새기며, 만들어진 각양각색의 의미 있는 태극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는 처음부터 지금의 문양은 아니었다. 1882년(고종 19) 체결된 한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이 국기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당시 조인식에 게양된 국기의 형태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최근에 발굴된 자료인 미국 항해국이 제작한 해상국가들의 깃발에 실려 있는 것이 태극기의 원형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옛날에는 태극기를 귀하게 간직하고 허투루 대접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태극기를 보자기 대신 사용하다가 국기 남용죄로 경찰에게 잡혀갔다는 말도 있고, 더럽히거나 훼손시켜도 벌금을 물렸다고 했다. 헤어져 못쓰게 돼도 함부로 버리거나 걸레로 사용해도 안 되며, 반드시 땅을 파고 묻어야 한다고 했다. 나라의 상징이라 그랬는지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그랬는지, 태극기는 경건하게 다루고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했다.

요즘은 태극기가 풍년이다. 그런데도 태극기를 게양하는 집은 드물다. 옷으로 활용하고 머리 두건으로 활용한다. 올림픽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커다란 태극기로 온몸을 감싸며 운동장을 돌고 있다.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를 알리고, 환호하는 관중에게 감사를 전하니, 보는 우리도 반갑기 그지없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가로 게양대 외에 태극기는 보이지 않는다. ’나라 사랑은 태극기 사랑’이라 한다. 국경일만이라도 우리 모두 태극기를 게양했으면 좋겠다.

정남숙 수필가는

대한문학 올해의 작가상 수상

한국 문협 올해의 수필인 상, 수상

수필집; 노을을 닮고 싶다, 난 아직도 꿈을 꾼다. 역사의 마당에서 전통이랑 놀아보자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 행촌수필, 은빛수필 회원.

국립전주박물관, 전주기독교역사 문화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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