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부안 우동리에서 만난 용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3월 05일 15시02분

지난달 24일 정월 대보름에는 부안 우동리에 다녀왔다. 이번주부터 시작되는 수업에서 전북의 유형문화유산을 주제로 한 시간 강의를 해야 했다. 어떤 소재로 할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주제가 ‘용’이었다. 올해는 갑진년 용의 해이기도 해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로 접근하면 우리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용의 아들 무왕에 대해서 해볼까였으나, 아무래도 많이 들어본 주제일 것 같아 방향을 바꾸었다. 별로 못 들어봤던 이야기이면서도 우리 일상과도 좀 더 가까운 소재가 없을까 찾다가 결국 생각해 낸 것이 정월 대보름 부안 우동리에서 열리는 줄다리기였다.

보름날 아침, 작정하고 길을 나섰고, 마을 주민들이 20여m에 이르는 암줄과 숫줄을 매고 동네 한바퀴를 도는 지신밟기와 신랑신부 예맞이, 줄다리기, 당산 옷 입히기로 이어지는 우동리당산제를 볼 수 있었다. 본 것은 당산제이며, 줄다리기인데, 왜 제목에서는 용을 만났다고 하는지 의아하게 여기실 분도 계시리라. 아마 강의를 듣게 될 학생들은 더욱 더 그러할 것이다.

용은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비와 물을 관장하여 부귀와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으로 인식되어 왔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흙으로 빚은 용을 모시고 산천 제신에 비를 빌었던 토룡기우제나 바다의 용왕신에게 고기잡이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어촌의 용왕제는 비와 물을 관장하는 수호신 용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산제의 줄다리기에 사용하는 줄을 흔히 용줄이라고 한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보름날인 정월 대보름, 부안 우동리 당산제에서 볏짚으로 꼬아 만든 용줄을 어깨에 매고 마을을 돌며, 암줄과 숫줄로 나누어 줄다리기를 한 후에는 솟대에 그 줄을 감아놓는 의례를 행하는 것 역시 물을 다스리는 용에게 일 년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함이다. 솟대에 줄을 감아올릴 때 꼬리에서부터 감아 올라가서 머리를 위로 향하게 하는 것도 용이 하늘로 승천하여 적절한 때에 비 내려주기를 바라는 의식이다. 삼판양승으로 진행되는 줄다리기에서 숫줄이 아닌 암줄이 반드시 이기도록 유도하는 것 또한 풍요의 기원을 담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 용이 함께 하는 것이다.

이날의 당산제 답사는 당산이라는 유형문화유산과 당산제‧줄다리기라는 무형문화유산의 어우러짐이 얼마나 소중한 우리의 전통인지를 새삼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전통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5~600여명이 참여하던 우동리 당산제가 이제는 겨우 100여명 남짓의 규모로 작아졌다는 주민의 이야기, 당산제를 지낸 다음 열린 우동리당산제 지속방안 마련 토론회는 우리의 문화유산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했다./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온누리]부안 우동리에서 만난 용

[오늘의 길목]어른들이 전하는 “희망” 메시지

[문화로 이야기꽃]차 한 잔, 독을 풀어주는 마음

[사설]시도의원 정수 불공정, 선거법 개정해야

[온누리]흠집 없이, 선명하게! 안경을 관리하는 다양한 방법

[오늘과 내일]빛의 혁명, 이제 진짜 대한민국으로

[사설]전주 중심 교통망 확충, 전주 집중화 우려도

[기고]“차 안의 작은 소방서, 차량용 소화기”

더조각, 뷰티 전문가가 선택한 이유있어

[사설] 일본처럼 쌀파동 우려된다

[기고]"이재명 후보에게 기대한다,국민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가길"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하트 날리는 우범기 전주시장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이동진 희망찬동행포럼 상임대표 대선 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