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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길목]발상의 전환, 익숙한 것과 단절할 용기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2월 14일 14시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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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는다는 알래스카의 주민들에게 냉장고를 팔 수 있을까? 없을까? 냉장고는 음식이 상하지 않게 냉장 보관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는 냉장고의 온도 이상으로 차가운 알래스카에 냉장고를 팔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어떤가. 알래스카의 각 가정에 냉장고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한 영업사원이 냉장고는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물품이 아니라 음식을 먹기 좋은 온도로 보관하는 물품으로 생각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모든 것이 얼어붙어 음식을 해동해야만 하는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는 상대적으로 온장고의 역할을 해서 음식을 바로 조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물품으로 설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발상의 전환은 보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것, 또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우리 주변 세계가 격변하고 있고, 그만큼 삶의 방식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로는 두 가지이다. 경험과 학습이다. 학습보다는 경험이 더 강하게 우리의 의식을 지배한다. 그래서 우리의 인식과 생각은 대부분 이전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가 어떤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 지금 우리의 태도가 결정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전의 경험은 더욱 강하게 우리를 지배한다. 학습에 대한 열의와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려는 노력은 힘에 부치니 이전의 경험에 더욱 의존하게 되고 그래서 “나 때는~~”이나 “옛날에는~~”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런 인식과 태도가 평범한 범부들의 삶에서는 웃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난다면 그것은 얘기가 다르다.

지금 우리 사회는 1970~80년대 같은 기업 중심의 고도성장 시대도 아니고, 개인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지향형 사회도 아니다. 또 애국심에 이 한몸 바치는 국가 중심사회도 아니고, 민주주의의 열망에 불타던 민주화 운동시대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핵심 리더들은 모두 이 시기에 청년시대를 지나며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통해 우리 경제가 급성장하는 것을 목격했고, 기업과 직장을 가족과 가정이라 부르며 기업의 성장을 개인의 성장과 동일시하며 살아왔다. 또 목적이 옳으면 수단이 좀 그르다 하더라도 큰 뜻을 위해 눈 감아주었고, 행실이 좀 바르지 못하더라도 그의 삶이 대의에 헌신해 왔다면 애써 모른 척하며 동지 의식을 키워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러한 경험을 더 이상 유용한 경험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그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86세대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높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국가나 지방정부, 시민사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나 지지가 낮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발상의 전환은 범부들 보다는 이들에게서 먼저 필요하다. 시대가 달라졌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과거의 성공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지만 그것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미래는 미래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앞에 산적해 있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와 해결과제들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를 다시 생각해보자. 인간의 역할 전환없이 출산율 제고에만 몰입하는 인구정책, 행복의 구성요소 확장 대신 기업유치가 다라고 생각하는 지역발전 전략, 대학의 기능전환 대신 신입생 유치에만 몰두하는 대학의 생존전략, 문화시설만 늘리면 문화적인 도시가 될 거라는 문화정책, 이것 저것 계속 늘어나 언발 녹이기에 급급한 복지정책, 합리적 사고와 근거보다는 고집스러운 이념을 앞세우는 각종 사회운동 등.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 익숙한 생각에서 멀어져 보자.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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