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방치된 4살 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시작됐다. 이 청원은 전날 발생한 폭염 속 차량에서 숨진 아이에 관한 내용이었다. 하루 만에 4만 명 가까이 동참했다. 

지난 17일 경기 동두천에서 4살 A양이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에 숨진 채 발견됐다. 9인승 스타렉스 차량 뒷좌석이었다. 하지만 운전기사와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A양이 차에서 내렸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30도가 넘는 폭염 속 펄펄 끓는 차안에 7시간 방치된 A양은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또 일어나지 않도록 통원버스에는 선팅을 금지하자는 것 같은 여러 제안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운전자가 버스 시동을 끄고 내린 지 3분 뒤, 경광등이 켜지며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린다. 운전자가 버스 맨 뒷좌석에 있는 버튼을 누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적 장애인들이 다니는 이 특수학교는 2년 전 통학버스 4대에 이 안전벨을 설치했다. 이같은 벨을 설치하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하자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도로교통법 제53조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 및 운영자 등의 의무’ 4항은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행을 마친 후 어린이나 영유아가 모두 하차하였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난 2016년 12월 신설된 조항이다. 이같은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어떤 처벌이 내려질까? 고작 범칙금 13만원, 벌점 30점이다. 그나마도 처벌 규정이 없다가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미국과 캐나다는 어린이를 차량에 방치할 경우, 사안에 따라 살인에 준하는 강력범죄로 다룬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1월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기준을 명시한 이른바 ‘세림이법’을 시행했다. 2013년 청주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김세림(당시 3살)양 사건을 계기로 만들었다. 때문에 유치원, 어린이집, 학원 등 만 13세 미만 어린이들이 타는 통학차량(9인승 이상 버스·승합차)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운전자 외에 성인 동승자를 탑승하게 했지만 어린이 통학차량에 아이들이 방치되는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란 통학버스 운전 기사가 차량의 맨 안쪽 구석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야만 차량의 시동이 꺼지는 시스템이다. 운전 기사는 버튼을 누르기 위해 통학버스 안쪽까지 몸을 움직여야 하고 이를 통해 차량 안에 남은 아이들이 없는지 확인하도록 만든 장치다.운전자뿐 아니라 동승 교사, 어린이집 내 보육교사, 원장이 버스 승하차 인원을 거듭 확인하는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부주의와 무관심으로 인해 미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져버렸던 아이들이 없기를 바란다./이종근(문화교육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