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보는 시각은 대개 이면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면지는 국어사전에 보면 '한 면은 이미 사용했고 뒷면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종이'를 말합니다. 정작 이야기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나 꼭 필요한 내용은 이미 쓰고 남은 재생용지.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서구 열강을 비롯한 일본이 정설처럼 다 이야기를 풀어서 써 버리고 그 이면지에 좀 다른, 그러나 허접한 낙서나 재활용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제 셋째 아이가 이제 8살이 되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good morning", "good afternoon", "good evening "
"아빠 외국인은 아침, 점심, 저녁 인사가 다 다른데 왜 우리는 '안녕하세요' 라고만 말해요?"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옛날에는 하도 먹고 살기가 힘들었답니다. 그리고 외적의 침입이 너무 많았답니다. 그리고 사화나 당쟁이 많아서 하룻밤 사이에 요절하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그래서 밤새 별 일 없이 안녕히 주무셨냐고 또는 아무 탈 없이 안녕하시냐고 또는 밥이나 잘 자셨냐고 물어본다는 겁니다. 참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안녕하세요?" 도 있지만 빈번히 쓰는 인사말 중에 "진지 드셨어요?" 라는 인사도 있네요. 그것도 내친김에 찾아보니 보릿고개가 있어 너무 못 먹어서 그랬답니다.
한 해 수확했던 쌀이 다 떨어질 6월쯤 보리를 수확해서 끼니를 떼웠습니다. 그나마 일본인들과 조선말 양반 사대부들의 수탈이 너무 심해서 그 보리조차 먹기도 힘든 시절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우리가 그렇게 힘들 때, 서양이나 일본 사람들은 풍족하게 먹으며 아주 잘 살았을까요. 10세기 전만 하더라도 중세 유럽은 대부분 숲으로 덮여 있었다고 합니다. 먹고 살게 없었다는 이야기죠. 그 시절 그나마 중국에서 전파 된 쟁기등 농경장비로 식량 생산이 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4세기에는 유럽전역에 흑사병이 돌아서 인구의 2/3 이 그 병으로 사망했습니다. 또한 350여 년간의 십자군 전쟁과 100년 전쟁, 30년 전쟁 등 크고 작은 전쟁의 역사를 들자면 우리나라보다 몇 배는 더 많습니다. 농민의 반란과 폭동 뿐아니라 하루 아침에 목이 달아나는 혁명도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서양이 동양을 앞서기 시작한 것은 기껏해야 제국주의와 식민주의가 팽창하던 16세기 이후부터 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더 많은 전쟁과 더 심한 기근으로 힘들었던 서양은(또는 일본) 아닌데 유독 우리나라만 그런 이유로 인해 인사말이 형성이 되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억지 같이 보입니다.
언제부터 이런 인사말을 사용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적어도 수탈이 심하던 조선말이나 일제 강점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런 해석은 '일본'사람들이나 '서구 열강'이 더 좋아할 것 같은 해석입니다. 제게는 열등감을 교묘하게 심어주기에 그럴 듯한 이야기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어느 서양학자의 '식민주의' 연구 결과 중에 " 분리주의와 인종주의의 유산은 정치, 대중 언론 매체 및 법적 영역에서도 여전히 잘 살아남았기 때문에, 백 개나 되는 독립국가의 깃발이 나부낀다고 해서 유럽의 패권이 끝난 것은 아니다" 는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주변에서 보면 교묘하게 열등감을 심어줄 수 있는 이런 저런 것들을 알려주는 사람들은 저를 비롯하여 대게 서양학문에 심취되어 있거나 외국에서 유학하고 온 배웠다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밤늦게 들어갈 때도 아내는 따뜻한 밥을 해 줍니다. 너무 맛있어서 종종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마누라, 너무 고마워" 라고 꼭 말하려고 합니다만 매번 "우와 ~ '하는 '감탄'이 먼저 나오고 마지막에 부른 배를 두드리며 "아이고! 잘 먹었다" 고 말을 하지요.
밥을 지어준 사람에게 '찬사'도 보내지만 배불리 먹은 자신에게도 '감탄'을 보냅니다. 반면에 서양 사람들은 음식이 맛있다고 음식을 해준 이에게 또는 맛있는 음식에게 '찬사'는 보내도 배불리 먹은 자신에게 '감탄'을 하지는 않습니다.
'건강'이라고 하는 것이 별거 아닌 것 같습니다. 건강한 인생에 대해서 서로에게 주고받는 가장 짧은 '우와~' 하는 '축원' 이나 '감탄' 에 더 가까운 말이 아닐는지요.
요즘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등을 생활 습관 병이라고 합니다. 습관이 ‘병’ 이 되기도 하지만 ‘똑똑한 사람에게 습관은 야망의 증거’라는 말도 있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감정도 ‘습관’의 결과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신적, 육체적 ‘습관’이 중요하고 그 보다 ‘가치관’ 이 중요합니다.
/전주 우리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