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1919년 3월 13일로 되돌아간 듯 풍남문광장에 모여든 시민과 관광객들은 들고 있던 태극기를 크게 흔들었다. 서울 파고다 공원에서 시작된 독립만세운동이 전국으로 퍼진 당시, 전북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짐작케 하는 순간이었다.
광복회 전주시지회가 11일 풍남문광장에서 ‘삼일절 전주 3.13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펼친 가운데 창작극회는 광장에서 ‘재현극’을 선보였다.
극회 단원들과 함께 신흥고등학교와 기전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해 무대를 꾸렸다. 하얀색 저고리에 검정색 치마를 입고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학생들, 농민들, 일본군 등 다시 한 번 애국심을 불태우는 자리인 듯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멈추게 했다.

극은 주인공 이거두리의 이야기로 펼쳐졌다. 완주 사람으로 당시 서울 3.13 만세운동에 참여해 일본군에 잡혀갔던 지역민이다. 주모자를 ‘하나님’이라고 밝혀 광인으로 지목돼 자유롭게 만세운동에 참여한 그의 모습을 그려냈다. 학생과 시민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흥미롭게 연극을 지켜봤다.
서울에서 온 김태영(76) 씨는 “서울에서 하는 행사는 규모가 커서 보기가 힘든데 지나가는 길에 보니 흥미롭다”며 “잠재돼있는 애국심이 절로 되살아나 뭉클함이 느껴지는 시간이다”고 말했다.
이거두리가 일본군에 잡히고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하자 이곳저곳에서 원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어르신들은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지켜보는가 하면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며 씁쓸하게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듯했다.
극이 중반에 이르러 일본군이 난동을 부리며 객석으로 뛰어들자 학생들은 약 10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기도 했다. 밝게 웃으며 태극기를 흔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자유를 얻었던 그 날과 꼭 닮았을 것만 같았다.

연극에 참여한 기전여고 김서현(18) 양은 “전주에서도 운동이 일어났는지 몰랐는데 이번 연극에 참여하면서 전북에 서린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행사는 시가만세행진과 함께 완산동 주민자치 풍물단, 기전여고와 신흥고의 플래쉬몹 ‘독도는 우리땅’, 경희대 태권도 한마루 시험단, 파워점프 ‘줄넘기 시범’ 등 부대행사가 진행됐다. 광장 주변은 전북동부보훈지청의 독립운동 사진전시회가 마련됐다.
한편 3.13 만세 운동은 1919년 3월 13일 당시 신흥학교 학생과 천도교, 기독교 학생들이 참여한 운동이다. 당시 시장 입구인 완산동과 천주교 건너편에서 모여드는 군중에게 준비한 태극기를 배부하고 남문 밖 시장(현 남부시장)부근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시내로 진입한 운동이다./김혜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