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특별기고] 누리과정과 농어촌학교 통폐합 위기의 본질

기사 작성: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장 - 2016.02.03 19:11

누리과정 위기, 농어촌학교 통폐합 문제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살림살이가 어려운 우리 지역, 농도로써 오랜 세월, 나라의 경제를 책임졌던 전북에서 살고 있는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피울음이 맺힌다.

어린 아이를 기르는 부모는 어찌해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보육 교사는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으며,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또한 정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에 의하면 전북은 대상 학교가 46.1%(351개교)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 교육부의 농어촌학교 통폐합 정책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지역을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주고 있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은 정부가 이미 지난 20여 년 전부터 추진해온 정책으로 작금에 다시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의도는 누리과정 위기와 교육 재정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보육대란으로 치닫고 있는 누리과정 위기의 본질은 박근혜정부의 공약으로 영유아 무상보육이 만 3~5세로 확대됐으나 재정 부담을 지역교육청에 전가시킴으로써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정부가 국책사업인 무상보육과 학교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누리예산 편성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의한 내국세 비율 상향조정 등 교육재정상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하지 않은데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한 내국세 20.27%로 이루어지는 지방교육청의 주 수입원 추계를 잘못하여 지방교육재정 위기를 가속화시켜왔다. 지난해만 해도 내국세는 감세정책, 성장률 둔화 등으로 정부가 추계한 예산보다 10조원이나 덜 걷혔고 자연히 지역교육청에 내려갈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현격하게 줄었는데, 누리과정 부담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사실은 말하지 않고 단순히 지방교육청이 교육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여 문제가 발생했으며 방만한 지방교육재정의 원인중 하나로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농어촌소규모학교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농어촌학교 고사 정책의 하나로 지방재정교부금 배분 기준을 학교수를 제외한 학생수 중심으로 산정함으로써 소규모 학교가 많은 도단위 지역을 옥죄어 왔다.

이제 소규모학교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맞이하여 학생들의 창의력과 공동체정신을 함양하는 적정규모의 학교로 인식되고 있다. 오히려 작은 학교가 공교육을 살리고 대안교육의 모범을 보여준 사례는 수없이 많다. 경제적으로 볼 때도 정부가 농어촌 고사정책인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보다 농어촌 지역의 균형 발전을 이루는 정책으로 전환해 대도시 인구 편중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누리예산을 편성하고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비율을 상향해야 한다. 그리고 교부금 배분 기준을 지역균형발전, 농어촌교육복지 차원에서 재산정해야 한다. 누리과정 위기와 소규모학교 통폐합정책은 단지 교육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정책, 국토 균형발전, 조세제도 등 국정 전반의 문제로 정부의 해결의지가 중요하다.

살기 좋은 전북, 농어촌에서 안심하고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지역 여건을 만드는 일에 도민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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