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옛날 옛날 임피에 인어왕자가 살았는데"

군산 대성중 재학생 30명, 단편 그림 동화책 펴내

기사 작성: 정성학 기자 - 2015.08.04 17:52

“옛날 옛날 학교 옆 대성호에 울외장아찌를 너무 너무 좋아했던 인어왕자가 살았는데…마을어귀에 심은 콩나물 줄기를 타고 하늘나라 거인왕국에 올라가 요술필통을 훔쳐왔더니 그만…”

한 농촌학교 중학생들이 이같은 그림 동화책을 펴내 눈길이다.

누구나 잘 알고있는 해외 전래동화를 우리 지방에 알맞게 각색한 창작성이 돋보였다. 화제의 주인공은 군산 임피면 대성중학교에 다니는 2학년생들. 전 교생이라고 해봐야 30명도 안되는, 더욱이 사설학원 하나 다닐데 없는 군산 외곽에 있는 초미니 학교다.

하지만 학생들의 상상력은 놀랍도록 빛났다. 어린이다운 글 쓰기와 그림 그리는 솜씨도 빼어났다. 이들이 펴낸 동화책은 ‘인어왕자(글·그림 김락필 노승환 진예찬)’와 ‘잭과 콩나물(글·그림 곽유빈 채보영 한희원)’ 2권이다.

읽기 편하게 병풍처럼 펴고 접을 수 있도록 꾸민 단편 동화책인데 ‘인어공주’와 ‘잭과 콩나무’를 원작삼아 상상력을 더해 각색했다.

인어왕자의 경우 학교 옆 호수에 갇혀살던 인어왕자가 착한 공주를 만나 사람으로 환생해 울외장아찌를 다시 맛보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왕자를 인어로 만든 못된 마녀는 임피향교를 떠받친 주춧돌이 돼 지금까지 벌받는 권선징악을 담았다.

잭과 콩나물은 하룻밤새 하늘높이 자란 콩나물 줄기를 타고 거인왕국에 올라가 요술필통을 훔쳐 학교 옆 깐치멀 마을로 돌아온 잭. 그를 뒤쫓아 내려오다 다친 거인을 마을 주민들이 치료해준 덕에 서로서로 평화롭게 살게됐다는 해피엔딩을 그렸다.

두 책은 지난 봄 ‘동동아트’란 동화반을 만들어 뒷받침해준 김혜경 국어교사와 이승훈 미술교사의 도움이 컸다는 후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자유학기제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잊지못할 추억거리를 만들어보자며 동화반을 만들게 됐다”는 얘기다.

이승훈 교사는 “처음엔 책까지 펴낼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했는데 아이들이 날마다 책을 읽다보니 창의성이 생기고 금새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려낼 정도가 돼 놀랬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 따라 준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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